5만5000년 전 인류도 물고기와 성게를 먹었다는 가장 오래된 증거가 발견됐다. 당시 사람들은 효율이 좋은 연료도 만들고 있었다고 역사학자들은 추측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고고학자 딜란 개프니 박사 연구팀은 30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뉴기니 섬 인근에서 진행한 장기 발굴 조사에서 태평양에 인류가 정착한 이래 가장 오래된 생선 및 성게 섭취 증거를 확인했다.

딜란 박사는 "라자 암팟 제도의 와이게오 섬에 자리한 몰롤로 동굴 발굴 과정에서 석기와 동물의 뼈, 숯, 수지 등이 나왔다"며 "특히 수지는 이 지역에 인류가 존재한 기간을 알 수 있는 결정적인 자료였다"고 전했다.

라자 암팟 제도 와이게오 섬의 몰롤로 동굴 발굴 과정에서 고대인이 불을 붙일 때 쓴 것으로 보이는 나무 수지가 발견됐다. <사진=딜란 개프니>

이어 "수지 파편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형태가 아니라 인간이 나무에서 잘라내 경화한 것"이라며 "수지의 용도는 확실하지 않지만 불을 지필 때 연료로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수지는 약 5만5000년 전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발견된 동물의 뼈 중 쥐나 박쥐 등 작은 동물의 것은 자연 그대로의 것, 이보다 큰 캥거루 같은 대형 동물의 뼈는 인간이 잡아먹은 흔적으로 생각됐다.

몰롤로 동굴의 5만5000년 전 지층에 박힌 나무 수지. 인류가 어떤 방법으로 나무 껍질을 채취, 수지화해 불을 붙일 때 쓴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했다. <사진=딜란 개프니>

딜란 박사는 "동굴 내부에서는 육식어(고대어는 기본적으로 육식)의 이빨과 성게 등 수생생물의 뼈도 발견됐다"며"한때 이곳에 있던 인류는 15㎞나 떨어진 해안에서 물고기와 조개를 잡아와 동굴 안에서 나눠 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오래 전 인류가 태평양의 섬들을 언제 어떻게 이동했는지는 정보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고대에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태평양의 섬들을 건넜다고 여겨지지만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

고대 인류가 라자 암팟 제도에 도착한 경로를 추측한 그림 <사진=딜란 개프니>

딜란 박사는 "몰롤로 동굴의 흔적은 호모 사피엔스의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멸종한 수수께끼의 인류 데니소바인에 더 가까운 인류의 가능성도 버릴 수 없다"며 "데니소바인은 약 5만 년 전 멸종했는데, 우리 연구에서는 초기 현대 인류가 거의 같은 시기에 와이게오 섬에 도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시기 와이탄타 섬(현재의 와이게오 및 바탄타 섬으로 이뤄졌던 고대 섬)과 고대륙 사훌 사이의 가장 가까운 거리는 불과 2.5㎞로 생각된다"며 "먼 옛날 인류가 최초로 호주를 경유해 사훌에 당도했다가 북서쪽으로 이동, 현재의 뉴기니 도베라이 반도(Bird's Head Peninsula)를 거쳐 와이탄타 섬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