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양팔 전체 이식수술을 받은 남성이 순조롭게 회복 중이다. 젊은 시절 겪은 아찔한 사고로 한때 삶을 포기하려 했던 40대 남성의 사연은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아이슬란드 전기공 출신 펠릭스 그레터슨(48)이다. 그는 올해 초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어깨부터 손가락 끝에 이르는 양팔 전체를 이식받았다.

23세 송전선 작업을 하던 펠릭스는 동료와 무선이 잘못되는 바람에 감전 사고를 당했다. 1만1000V나 되는 전기충격을 받고 전신주에서 튕겨나간 그는 10m 넘는 얼음바닥에 고꾸라졌다.

어깨부터 양팔 전체를 이식받은 아이슬란드 40대 남성 <사진=펠릭스 그레터슨 인스타그램>

엄청난 고통 속에 의식을 잃은 펠릭스는 등과 목에 심각한 골절상을 입었다. 그보다 두 팔이 완전히 타버려 절단할 수밖에 없다는 게 더 문제였다. 무려 3개월 만에 의식을 되찾은 그는 양팔이 잘려나간 자신을 거울로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펠릭스의 절망은 시작에 불과했다. 몇 해 사이 54회의 수술이 진행됐고 엄청난 통증과 후유증이 시도 때도 없이 몰려왔다. 심신이 지쳐버린 그는 통증을 참기 위해 술에 의지했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말았다.

의사는 펠릭스가 술독에 빠져 그대로 죽거나, 의지를 다져 새로 태어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조언했다. 막막했던 그는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나가면서 차츰 삶의 긍정적 측면을 보게 됐다. 망가진 간은 두 차례 이식수술을 받으면서 고쳤다.

결정적으로 삶을 바꾼 건 2007년 우연히 참석한 강연이었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프랑스 의사의 강연 주제는 ‘세계 최초의 손 이식’이었다. 용기를 내 의사에게 말을 건넨 펠릭스는 본인에게도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에 처음으로 희망을 품었다.

이식수술 전의 펠릭스 그레터슨 <사진=펠릭스 그레터슨 인스타그램>

강연을 계기로 체계적인 진찰을 받은 그는 팔을 되찾아 줄지 모를 이식수술을 기대하며 프랑스 리옹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곳에서 요가 강사로 일하던 폴란드 여성 실비아와 만나 결혼도 했다. 부부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팔 이식을 기다렸다.

의사로부터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려온 건 올해 1월이었다. 수술대에 오른 펠릭스는 어깨와 팔을 각각 이중으로 이식받았다. 이 수술이 성공한 건 펠릭스가 처음이었다. 다만 의사는 3년간 재활을 거친 뒤에야 진짜 성공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펠릭스는 재활 과정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팔이나 다리를 잃은 사람들과도 적극 소통한다.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경과가 좋고 재활 효과도 크다”며 “의사가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빨리 상완 이두근을 구부릴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에 따르면 보통 이식된 부위의 신경은 하루에 1㎜가량 자란다. 이대로라면 펠릭스의 팔 신경은 어깨로부터 1년 뒤 팔꿈치, 2년 뒤 손까지 자라난다. 다만 의사는 “이식수술 반년도 안 돼 이미 전완(아래팔) 감각이 돌아오고 있다. 거기까지 신경이 성장해 있다는 건 놀라운 수준”이라며 “환자의 불굴의 의지가 회복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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