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선 추락으로 달에 남겨진 곰벌레가 현재 살아있을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완보동물의 일종인 곰벌레는 약 1200종 존재하며 몸길이가 1㎜가량으로 작지만 극한의 환경에서 오래 살아남는 생명력을 가졌다.

프랑스 국립 자연사 박물관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5년 전 달에 불시착한 곰벌레들이 현재까지 생존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업체 스페이스IL은 2019년 2월 첫 민간 달 착륙 기록을 세우기 위해 무인 탐사선 '베레시트(Beresheet)'를 쏘아 올렸다. 스페이스IL은 지구 생명체의 생존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베레시트'에 곰벌레 수천 마리를 탑재했다.

달에 착륙한 베레시트의 상상도 <사진=스페이스IL 공식 홈페이지>

'베레시트'는 2019년 4월 4일 달 주회 궤도에 안착했지만 일주일 뒤 착륙 과정에서 자이로스코프 고장으로 추락했다. 150m 높이에서 하강하던 탐사선은 엔진 출력이 멈췄고 그대로 추락해 산산조각 났다.

달 표면에 흩어진 '베레시트'의 잔해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정찰 위성(LRO)을 통해 여러 차례 확인됐다. 천문학자들은 부서진 선체에 남았을 곰벌레들이 과연 5년간 살아있는지 고찰했지만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곰벌레는 극한의 온도와 방사선에 견디며 산소, 물, 먹이가 부족한 환경에서 견딘다. 체내 수분이 95% 손실되면 스스로 대사를 멈추고 몸을 동그랗게 말아 턴(tun)이라는 가사 상태에 들어간다. 이때 곰벌레의 몸은 평소의 절반으로 수축하고, 상황이 나아지면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간다.

스페이스IL은 테스트 목적의 곰벌레 수천 마리를 베레시트 착륙선에 실어 보냈다. <사진=NASA·와이오밍대학교·Thomas Boothby>

연구팀은 곰벌레가 턴에 들어갔어도 지금껏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연구팀은 곰벌레가 충돌 충격과 방사선을 견디더라도 극한의 온도와 물 및 산소, 먹이(클로렐라) 부족으로 죽었다고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감마선은 40그레이(흡수선량)만 넘어도 거의 모든 물질을 사멸하는데 곰벌레는 4400그레이의 감마선도 견딘다"며 "달 표면에 감마선이 쏟아지지만 10년간 받았어도 총 흡수선량을 따져보면 곰벌레를 죽일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우주선 충돌 충격이 아무리 커도 곰벌레는 시속 2500㎞ 넘는 충격을 견딜 수 있음이 이미 확인됐다"며 "'베레시트'의 충돌 충격 정도로는 곰벌레들이 꿈쩍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ASA의 달 정찰 위성에 찍힌 베레시트 착륙선의 잔해. 이 정도 충격으로는 곰벌레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다만 곰벌레가 아무리 오랜 시간 먹지 않아도 산다지만 결국은 생물이라고 강조했다. 곰벌레가 돌아다니며 클로렐라와 같은 작은 조류를 먹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물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곰벌레가 지금까지의 실험에서 150℃의 고온, -272℃의 저온에서도 살아남는 것이 확인됐지만 기껏해야 최대 몇 시간으로, 5년을 버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한편 여러 우주개발 주체들은 여전히 곰벌레에 관심을 갖고 다각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곰벌레의 생존력을 발휘하는 유전자를 특정하고 이를 다른 생물에 이식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도 고려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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