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지적 능력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문어가 물고기와 협력해 사냥하는 상황이 포착됐다. 문어는 심지어 농땡이를 부리는 물고기를 긴 다리로 때리기까지 해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는 23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문어가 다양한 물고기와 팀을 짜 공동 사냥하는 영상을 소개했다. 문어는 병을 열거나 미로를 빠져나가는 등 고도의 지능으로 유명한데, 동료의 태업에 즉각 조치를 취한다는 사실은 처음 확인됐다.

동물행동학자 에두아르도 삼파이우 연구원은 "문어가 물고기와 함께 사냥하는 것은 드물지만 몇 차례 목격된 바 있지만 둘의 관계성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며 "물고기를 때리는 것으로 미뤄 사냥의 주체가 문어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 물고기를 부리며 공동 사냥하는 문어는 농땡이가 확인되면 즉각 물리적 타격을 가했다. <사진=에두아르도 삼파이우>

연구팀은 최근 진행한 홍해 탐사에서 120시간 분량의 긴 관찰 영상을 촬영했다. 영상을 돌려보며 분석하던 삼파이우 연구원은 문어가 다양한 물고기와 협력해 작은 물고기 또는 연체동물을 포획하는 것을 최소 13개 장면에 걸쳐 파악했다.

에두아르도 연구원은 "문어는 사냥하는 무리의 중심을 잡고 주변 물고기에게 지시를 내리는 듯했다"며 "문어는 물고기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최적의 방법을 고르는 등 철저한 협업 체제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어 "문어는 직접 사냥하지 않았고 무리 중의 홍바리를 다리로 때리기도 했다"며 "문어는 한눈을 파는 물고기를 발견하면 즉시 체벌을 가하거나 무리에서 쫓아냈다"고 덧붙였다.

영상을 분석한 연구팀에 따르면 사냥에 참여한 물고기들 중 문어 곁에 머물며 가만히 있으면 여지없이 다리에 맞았다. 연구팀은 문어가 어떻게 물고기들을 장악하는지는 이번 탐사에서 알아내지 못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문어와 물고기처럼 다른 종의 집단이 협업하는 이유를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두족류인 문어는 지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풍부한 감정을 가진 생물로 잘 알려졌다. 공감이나 유추 능력도 뛰어나 다른 수생생물에게는 불가능한 고도의 작업이 가능하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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