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과 이름이 생각보다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음성이 사물에 주는 심리적 영향을 입증한 부바 키키 효과(bouba/ kiki effect)가 사람의 얼굴과 이름에도 적용된다는 주장에 학계가 주목했다.
이스라엘 라이크먼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은 사람 얼굴은 대체로 어울리는 이름이 따로 있다는 내용의 실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모세스 밀러 교수는 "사람에게 얼굴과 연결되는 이름이 따로 있다는 것은 아이 이름을 짓는 부모들에게서 쉽게 관찰된다"고 강조했다.
피실험자를 모은 연구팀은 도형 두 개를 보여주고 각각 부바와 키키에 어울리는 것을 고르게 했다. 피실험자들은 각 단어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골랐는데, 동그란 도형이 부바, 들쭉날쭉한 도형이 키키라는 답변이 많았다.

부바 키키 효과는 독일 심리학자 볼프강 쾰러가 1929년 발견했다. 쾰러는 사람들이 어떤 형태를 접할 때 그와 어울리는 보편적인 단어를 떠올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2000년대 초 학자들은 쾰러의 이론을 바탕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사람들 대부분이 둥근 도형을 부바, 뾰족하고 불규칙한 도형을 키키와 연관짓는 것을 확인했다.
이 사실에 입각해 연구팀은 사람 얼굴 역시 이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추측했다. 모세스 교수는 "사람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이름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식하고 머리 모양이나 안경, 화장, 피어싱, 심지어 표정까지 영향을 받는다"며 "이는 사람이 사회의 기대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언급했다.
어린이와 성인 피실험자 그룹을 각각 모집한 연구팀은 사람 얼굴 사진과 이름을 제시하고 어울리는 것을 연결하게 했다. 그 결과 두 그룹 모두 사진 속 인물이 어른일 경우 유의미한 정확도로 실제 이름을 맞혔다. 다만 아이 얼굴과 이름이 일치하는 확률은 이보다 낮았다.

모세스 교수는 "이번 실험은 사람의 얼굴 생김새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즉 어른이 되면서 이름에 맞게 변화함을 시사한다"며 "우리 발견은 성별이나 민족 등 이름보다 더 중요한 개인적 요인이 어디까지 사람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는 단초가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름은 육체 이외에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최초의 선물로, 아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사회적 태그 역할을 한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런 점을 들어 일부 학자는 개인의 얼굴형이 시간과 함께 이름과 관련된 사회적 스테레오 타입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