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발견된 희한한 원형 지형의 정체가 학자들의 노력으로 밝혀졌다. 약 1400년 전 조성된 미스터리 서클은 몇 세대에 걸쳐 사람 손으로 만든 성소로 확인됐다.
라트로브대학교 고고학자 캐롤라인 스프라이 교수 연구팀은 18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호주 멜버른 외곽 선버리 지역의 거대한 원형 지형 어스 링(Earth rings)이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걸쳐 인간이 만든 성소라고 주장했다.
선버리 지역에서만 5개가 파악된 어스 링은 그간 만든 방법이나 용도를 두고 조사가 계속됐다. 학자들은 정확한 목적을 좀처럼 알아내지 못했는데, 연구팀은 이곳 원주민 우룬제리 워이우룬(Wurundjeri Woi-wurrung)의 생활상을 바탕으로 수수께끼에 접근했다.

캐롤라인 교수는 “2022년부터 우룬제리 사람들이 주도하는 형태로 선버리 지역의 어스 링들을 고고학적으로 조사했다”며 “이 과정에서 우룬제리 족의 두 씨족이 오래전 의식을 치른 신성한 장소일 가능성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교수는 “사실 이 링은 1979년 처음 발굴된 이래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이번 연구가 가장 확실한 재조사”라며 “유적에서 나온 166점의 석기를 일일이 분석하고 링의 연대를 특정하자 약 590년에서 1400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우룬제리 족의 씨족 선조들이 이곳에서 토지를 정비하고 석기를 이용해 동식물을 가공했다고 봤다. 특히 불을 피워 생활을 영위하고 의식의 일환으로 스카리피케이션(scarification)을 행한 흔적도 확인했다. 스카리피케이션은 피부에 상처를 내고 염료를 주입해 독특한 패턴을 만드는 고대 문신술이다.

캐롤라인 교수는 “우룬제리 사람들에게 중요한 문화적 의의가 갖는 스카리피케이션 의식은 현재 빅토리아주의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며 “이번 발견은 호주 원주민의 6만5000년 역사와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귀중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름 수백m에 이르는 원형 구조물인 어스 링은 호주뿐만 아니라 영국과 캄보디아, 아마존 지역 등 세계 각지에서 발견돼 왔다”며 “호주의 어스 링은 원주민 각 언어의 그룹마다 서로 다른 신성한 의식의 장 역할을 한 것이 틀림없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어스 링에서 우룬제리 사람들이 성인식이나 조상과 관련된 특별한 의식을 거행했다고 봤다. 19세기 이후 유럽인에 의한 식민지화와 토지 개발의 영향을 받기 전에는 훨씬 많은 어스 링이 분포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