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보다 우세했던 러시아의 우주개발 역량이 퇴보 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러시아 다목적 모듈에서 냉각제가 또 유출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우주국(ROSCOSMOS)은 1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전날 ISS에 설치된 자국 다목적 모듈의 보조 냉각 시스템이 고장을 일으켰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냉각제가 새면서 긴급 점검이 이뤄졌으며, ISS에 체류 중인 우주인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러시아우주국은 설명했다.
냉각제 누출이 확인된 것은 ISS 러시아 구획을 구성하는 다목적 실험 모듈 나우카(Nauka)에 장착된 보조 냉각 시스템이다. 한국시간으로 10일 오전 2시경 ISS 외부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에는 나우카 보조 냉각 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냉각제가 선명하게 담겼다.
ISS에 설치된 러시아 장비나 모듈, 우주선에서 냉각제가 샌 것은 1년 사이 벌써 세 번째다. 지난해 12월 15일 ISS에 도킹한 소유즈 MS-22의 선체에 작은 구멍이 나면서 냉각제가 흘렀다. 러시아우주국과 비행사 교류에 따라 해당 미션에 참가한 NASA 비행사 프랭크 루비오(48)는 지구 귀환이 늦어져 본의 아니게 미국인 비행사 ISS 최장기 체류 기록을 세웠다.
올해 2월 11일에도 ISS에 머무는 러시아 보급선에서 냉각 물질이 누출됐다. NASA와 러시아우주국은 각 채널을 통해 ISS에 계류 중인 러시아 보급선 프로그레스 MS-21호에서 냉각제가 새어 나왔다고 발표했다. 원인은 열 제어 시스템의 이상 감압으로 조사됐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우주개발 역량이 계속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쟁의 장기화로 우주개발 예산이 축소됐고, 협력을 이어오던 유럽우주국(ESA)과 관계도 틀어졌다. 유럽의 대형 민간 업체들도 러시아우주국과 페이로드 수송 계약을 줄줄이 해지했다. 그나마 미 항공우주국(NASA)과 조종사 교환 프로그램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이 관계도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
냉전시대 구소련은 우주개발 경쟁에서 미국을 압도하기도 했다. 뭣보다 '최초' 타이틀을 여럿 보유했다. 구소련은 1957년 10월 인류의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렸고 같은 해 11월 스푸트니크 2호에는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를 태워 지구 주회 궤도에 올려놨다. 이는 동물의 첫 지구 궤도 비행이다.
1961년 4월 12일 구소련 우주인 유리 가가린은 인류 최초로 지구 주회 궤도에 도달했다. 유리 가가린은 인류의 우주개발 역사를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비행사 중 한 명이다. 구소련 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시코바(85)는 1963년 6월 16일 보스토크 6호를 타고 우주로 날아간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 비행사다.
러시아의 우주개발 계획은 미국의 맹추격과 정부 고위 관리의 부정, 도급업자가 결탁한 대규모 뒷돈 거래 등으로 계속 퇴보했다. 냉각제 누출 사고가 1년도 안 돼 3번이나 벌어지며 명성도 예전만 못하다. 지난 8월에는 약 반세기 만에 달 탐사선 '루나 25호'를 발사했으나 기체가 추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