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우주공간에서는 인간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천체 현상이 벌어진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엄청난 전파 펄스를 뿜어내는 ‘고속 전파 폭발(Fast Radio Burst, FRB, 빠른 전파 폭발)’도 그 중 하나다.

일종의 우주 섬광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FRB는 몇 밀리초(㎳) 또는 나노초(㎱)만에 강력한 전파 펄스를 분출하고 사라져버린다. 발생하는 이유조차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FRB는 인간이 밝혀내야 할 우주 미스터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학계에 따르면 2007년 첫 관측된 FRB는 워낙 순식간에 사라져 지금까지 몇 차례 포착되지 않았다. 140회 감지됐다는 학자도 있고 엄밀히 따져 20여회 안팎이라는 의견도 있다. 2020년에는 FRB가 157일 주기로 발생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다양한 방법으로 관측한 은하수 부근의 FRB 발생점을 발표하기도 했다.

은하수에서 포착된 FRB 발생 위치 <사진=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FRB를 둘러싼 가설이 난무하는 와중에 캐나다 CHIME 전파망원경을 활용한 연구팀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무려 500회 넘는 FRB를 포착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Canadian Hydrogen Intensity Mapping Experiment’의 약자인 CHIME은 우주의 수소 원자로부터 전파를 수신하는 망원경이다. 수신 주파수 범위는 400~800 MHz다. 2017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지역에 설치됐는데 U자로 굽은 100여 m의 거대한 패널 4개를 이은 독특한 외형이 특징이다. 따로 구동되는 부분 없이 지구 자전에 따라 북반구 전체를 관찰한다.

연구팀은 “CHIME 망원경의 여러 목적 중에는 FRB 관측도 포함된다”며 “본격적으로 운용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535회의 FRB 검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열린 238회 미국 천문학회에서도 발표됐다.

CHIME 망원경 <사진=UBC Media Relations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New CHIME radio telescope will help unravel today’s biggest cosmic mysteries' 캡처>

CHIME 망원경 조사에 대해 연구팀은 “4개의 거대한 안테나 어레이를 이용해 지구가 자전하는 동안 북반구, 즉 하늘의 절반 범위를 커버하는데, 초당 7테라비트(Tbps)에 상당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포착할 수 있어 FRB를 보다 효과적으로 검출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8~2019년 검출된 535회의 FRB 가운데 대부분은 단발성으로 파악됐다. 18개 발생원에서 검출된 61회의 FRB는 반복되는 성향을 보였다. 이 경우 단발성보다 약간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었다.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연구팀은 FRB가 우주에서 1일에 800회 정도 일어나고 있다고 추측했다. 그간의 기술로는 FRB를 일일이 포착하지 못했지만, CHIME 망원경 탐색 결과로 보면 FRB는 우주 공간에서 제법 흔한 현상이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실험 관계자는 “FRB는 아직 원인을 찾지 못한 불가사의한 현상이지만 천문학자들은 그 이용가치를 상당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FRB가 나타나는 조건이나 발생 후 변화를 분석하면 우주공간을 구성하는 물질들을 파악하고 도식화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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