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족류가 가진 특수 단백질을 이용해 사람 세포를 투명하게 만드는 실험이 성공했다.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투명인간을 실현할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는 과학계 평가가 이어진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은 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두족류의 특수 단백질을 응용한 사람 세포의 투명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주목한 생물은 캘리포니아 화살꼴뚜기(학명 Doryteuthis opalescens)다. 화살꼴뚜기는 두족류 중에서도 피부색을 자유롭게 바꾸는 생물로 유명하다. 특히 암컷은 외투막(연체동물의 체표가 연장돼 내장낭을 싸고 있는 것) 줄무늬를 불투명한 흰색에서 거의 투명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투명화 능력의 비밀은 백색 소포(leucophore)라는 특수세포에 있다. 이곳의 막결합(membrane incorporation) 입자는 리플렉틴이라는 단백질로 구성되는데, 이것의 배치가 바뀌면 빛의 투과율이나 반사율이 변화한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등장하는 투명인간 <사진=pixabay>

암컷 캘리포니아 화살꼴뚜기는 이 단백질을 조절해 몸의 색깔과 모양을 변화시킬 수 있다. 구체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이용해 리플렉틴 배치를 의도적으로 제어, 몸의 색깔과 모양을 바꾼다. 

이 신기한 메커니즘을 인간 조직에 재현하기 위해 연구팀은 신장 세포를 이용했다. 유전자를 재편해 이 세포 전체에 구형 나노구조로 묶인 리플렉틴을 완성했고, 이를 함유한 세포를 염화나트륨에 담근 결과 농도에 따라 빛의 투과율이 변화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염화나트륨에 반응한 리플렉틴 입자가 팽창해 그 배열이 바뀌는 것이 투명화의 비밀”이라며 “염화나트륨 양을 조절, 빛의 산란을 제어하면 신장 세포의 투명도도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성과를 응용하면 색 패턴을 변화시키는 오징어의 능력을 포유류 세포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향후 이를 생물학이나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팀 관계자는 “해파리로부터 얻을 수 있는 녹색 형광단백질이 생체 내 활동을 추적하는 데 필수 도구가 된 사례가 있다”며 “이를 발견한 일본 시모무라 오사무 나가사키대학교 교수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했을 정도인데, 이번 연구결과도 여러 방면에 응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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