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블랙홀에 빨려들어가 소멸하는 일명 '조석파괴(Tidal disruption event, TDE)' 현상이 수십 년 전 전파 관측 과정에서 포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 비크람 라비 조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과거 전파망원경이 얻은 관측 데이터 조사 과정에서 TDE로 보이는 전파 패턴을 특정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미국천문학협회(AAS)에도 소개된 이 TDE에 연구팀은 'J1533+2727'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금까지 학계에는 약 100건의 TDE가 보고됐으며, 'J1533+2727'는 지구로부터 약 5억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벌어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비크람 라비 교수는 "TDE는 주로 가시광선과 X선을 이용해 발견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상당히 멀거나 분출되는 제트가 많은 복잡한 일부 TDE를 놓칠 수 있다"며 "이번 발견은 전파를 통한 TDE 관측 사례의 두 번째 후보"라고 설명했다.

블랙홀에 의해 파괴되는 별(블랙홀의 식사) 상상도. 별 구성물질이 블랙홀 주위에서 강착원반을 형성하고 엄청난 제트를 분출한다. <사진=NRAO 공식 홈페이지, Sophia Dagnello>

연구팀은 미국의 위대한 전파천문학자 칼 잰스키의 이름을 딴 국립전파천문대(NRAO)의 초대형 전파망원경(VLA)이 수십 년 뽑아낸 전파 관측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 상당히 밝았던 'FIRST J153350.8+272729'(J1533+2727)라는 천체가 2017년 극단적으로 어두워진 것을 확인했다.

이를 미확인 TDE라고 추측한 연구팀은 직경 100m의 그린뱅크 망원경이 잡아낸 데이터를 대조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J1533+2727의 밝기가 1986년과 1987년 훨씬 밝았음을 알아냈다. 1980년대 중반과 비교하면 2017년 J1533+2727은 무려 500분의 1까지 어두워졌다.

VLA의 새 관측 데이터를 대입한 분석에서 연구팀은 J1533+2727이 보여준 전파 변화가 TDE에 따른 상대론적 제트라고 결론 내렸다. 강착원반의 양면에서 뿜어지는 상대론적 제트의 길이는 수백만 광년에 이르는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별이 블랙홀에 의해 최후를 맞는 일련의 과정은 아래 동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TDE는 블랙홀이 자기 주변을 도는 별을 '잡아먹는' 현상이다.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의 경우 질량이 태양의 4000만 배가량으로 보인다. 우리은하를 비롯해 우주에는 수많은 은하가 존재하며, 그 중심에는 질량이 태양의 수 십만~수 십억 배 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 학계는 추측한다.

블랙홀에 너무 가까워져 파괴된 별의 잔해는 블랙홀로 낙하할 때 강착원반을 형성해 여러 파장의 전자파로 빛난다. 이를 측정하는 것이 TDE 관측의 원리다. 경우에 따라 강한 전파를 방사하는 제트를 블랙홀이 분출하는데, 이런 조석파괴 현상들은 우주 각 영역을 은하 중심으로 분명하게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비크람 라비 교수는 "비록 TDE로 보이는 후보 중 하나지만 이번 연구는 전파를 통해 미처 잡아내지 못한 TDE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강조했다. 특히 "우주를 구성하는 은하의 종류나 수 등 수수께끼를 밝혀내기 위해 전파 관측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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