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을 자주 꿔 잠드는 게 무서운 사람들이라면 반가운 소식 하나. 소리로 꿈의 내용을 조작하는 치료법이 스위스에서 개발돼 관심이 집중됐다.

제네바대학교 연구팀은 27일 국제 학술지 ‘Current Biology’에 소개된 논문에서 수면 중 특정 소리를 들려줘 악몽장애 횟수를 유의미하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특히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악몽은 사라지고 즐거운 꿈을 꾸게 된 피실험자가 많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수면장애의 하나인 악몽은 지구상 전체 성인의 약 4%가 일상적으로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몽 완화에 적용되는 치료 중 이미지 리허설 요법이 유명한데,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연구팀은 표적 기억 재활성화(Targeted Memory Reactivation, TMR)를 접목했다.

실험 관계자는 “이미지 리허설 요법은 환자에 악몽을 상기시키고 행복한 결말을 상상하게 한다. 바뀐 이미지가 꿈에 실제 반영돼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다”면서도 “이 요법은 완벽하지 않아 약 30%의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어 절대로 악몽을 꾸지 않는 방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연구팀은 소리를 떠올렸다. 인간은 자고 있을 때도 소리와 냄새를 지각하기 때문이다. TMR은 바로 수면 중 소리 같은 지각을 이용하는 치료법이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꾸는 악몽이 만성화되면 일상이 괴로워진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악몽장애를 가진 남녀 36명을 모집하고 이미지 리허설 요법을 받도록 했다. 절반은 표적 기억 재활성화를 더해 새로운 꿈을 꾸면 그 결말을 소리(피아노 화음)와 연결하도록 훈련시켰다.

2주에 걸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꿈의 내용을 메모하고 취침 중 헤드밴드를 장착해 뇌파를 측정했다. 표적 기억 재활성화 요법을 받은 그룹의 경우 렘수면 시 헤드밴드에서 10초마다 음성이 흘러나왔다.

실험 결과 두 그룹 모두 악몽에 시달리는 횟수는 줄었다. 모두 이미지 리허설 요법을 받았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TMR 그룹은 더 큰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실험 3개월 만에 이뤄진 재검사에서 표적 기억 재활성화 요법을 받지 않은 그룹은 일주일에 평균 1.5회 악몽에 시달렸다”며 “TMR 그룹은 0.5회 이하였고, 즐거운 꿈을 전보다 많이 꾸게 됐다며 만족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TMR이 악몽장애 치료의 효과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나 기분장애, 불면증 같은 마음과 수면장애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더 큰 규모의 연구로 이번 효과가 입증된다면 TMR이 악몽을 비롯한 다양한 마음의 병을 완화하는 데 응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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