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가 머물렀던 고대 이집트 신전 지하에서 대규모 터널이 발견됐다. 아직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클레오파트라의 무덤과 연결될지 주목된다.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23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기원전 4세기 건설된 ‘타포시리스 마그나 오시리스 신전(Taposiris Magna Osiris Temple)’ 아래에서 발견된 지하 터널의 용도 조사가 한창이라고 전했다.
이달 3일 이집트 관광유물부가 발굴 사진을 공개했던 이 터널은 길이 약 1305m, 높이 약 2m다. 지금까지 조사 과정에서 일부는 물에 잠긴 상태임이 확인됐다. 신전 주변에 워낙 지진이 잦았던 점을 고려하면 보존 상태는 대체로 양호하다는 게 학자들의 판단이다.
이 터널이 주목받는 것은 미스터리로 남은 클레오파트라의 무덤과 연관성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인류의 고대사를 통틀어 손에 꼽을 만한 인물로 2000여 년 전 이집트를 다스린 최후의 파라오다. 이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상징성을 갖는 클레오파트라는 고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침공 당시 연인이자 로마 정무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와 함께 최후를 맞은 드라마틱한 로맨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의 인생만큼 묘실이나 미라 역시 비상한 관심을 받아왔다.
일부 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지하터널이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가 영면에 든 묘실을 특정할 힌트라는 입장이다. 지하의 통로가 명계의 신 오시리스 신전 지하 약 20m 위치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지하터널을 발견한 이집트와 도미니카 공동 발굴조사단 관계자는 “무려 15년 넘게 타포시리스 마그나 오시리스 신전에서 클레오파트라의 무덤을 찾아헤맸다”며 “터널은 물론 비밀의 방과 유물도 발견됐는데, 그중에는 클레오파트라의 이름과 초상이 새겨진 동전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공동 발굴조사단은 지난해 기원전 51년부터 30년까지 이어진 클레오파트라 통치 시대에 매장된 미라를 여러 구 발굴한 바 있다. 여기에는 오시리스와 이야기하기 위해 망자에 주어졌다고 전해지는 황금 혀를 가진 미라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조사 과정에서 지하터널의 기본적인 용도는 수도시설로 추측됐다. 타포시리스 마그나 오시리스 신전 부근은 번성한 고대 이집트 도시였기 때문이다. 조사단은 이 정도 터널이라면 고대 이집트 대도시에 살던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 터널이 클레오파트라의 수수께끼 같은 무덤 발견으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학자도 적잖다. 타포시리스 마그나 오시리스 신전이 클레오파트라 최후의 거처였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논란도 재점화됐다.
그럼에도 이번 발견에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는 클레오파트라의 미라가 그만큼 귀중하기 때문이다. 안토니우스는 로마인인 관계로 사후 미라화됐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만약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의 미라가 함께 발견될 경우 1922년 투탕카멘 무덤 발견 당시만큼 난리가 날 것은 틀림없다.
클레오파트라의 생애는 고대 로마 독재자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로맨스 등 역사의 흐름을 바꿀 만한 대사건으로 가득했다.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삶을 산 클레오파트라는 헬레니즘 시대의 마지막을 함께 한 뛰어난 통치자라는 점에서 셀 수 없는 예술작품과 영화, 뮤지컬, 연극 무대의 주인공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