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에 밀려 올라온 돌고래의 뇌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특징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돌고래가 치매 환자처럼 인지 기능이 떨어졌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부 돌고래가 보이는 집단 표착의 원인을 규명할 열쇠라는 기대가 쏠렸다.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연구팀은 13일 국제 학술지 ‘European Journal of Neuroscience’에 소개된 논문에서 해안에 좌초한 일부 돌고래 뇌에서 인간이 걸리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특징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스코틀랜드 연안에 올라온 돌고래 22마리의 뇌를 면밀히 조사했다. 돌고래들은 큰돌고래와 큰코돌고래, 참거두고래, 흰부리돌고래, 쇠돌고래 등 5종으로, 이중 18마리는 고령이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또는 타우 등 이상 단백질 축적 같은 병변이 관찰된다. 연구팀은 돌고래 22마리 중 서로 다른 종 3마리에서 아밀로이드 반점을 비롯한 알츠하이머 병변을 확인했다. 또 다른 1마리는 아밀로이드 반점은 없었지만 인산화 타우 축적이 진행됐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돌고래 중 일부 종이 알츠하이머병과 비슷한 병에 걸린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영국 해안에서 관찰되는 돌고래 무리의 표착(이유 없이 떠도는 것)의 원인이 알츠하이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영국 해안에서는 가끔 고래나 돌고래가 좌초한다. 게다가 종종 무리를 지어 얕은 여울이나 모래사장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며 “무사히 구조되기도 하지만 개중에는 죽어버리는 개체도 적잖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표착하는 돌고래들이 모두 알츠하이머에 걸린 것은 아니라고 봤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돌고래의 특성상 우두머리가 뇌 질환에 걸릴 경우 다른 개체들도 이를 따르는 것이 유력하다는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뇌에 치매 병변이 확인된 돌고래가 인간과 마찬가지로 인지 기능이 저하된 것까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돌고래 무리의 리더가 혼란에 빠지고 이동 경로를 헷갈리면 따르는 동료까지 위험한 얕은 여울로 빠져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향후 더 많은 고래류를 대상으로 뇌 조사를 실시, 고래가 인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같이 치매에 걸리는지 면밀히 알아볼 예정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