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분야에서만큼은 남성을 '정자 생산자, 여성을 '난자 생산자'로 바꿔 부르자는 학자들의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은 1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특정 계층의 우위성을 나타내거나 불평등한 의미를 담고 있는 과학 용어들을 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문화와 예술 등 다양한 분야가 점차 가부장제, 식민주의, 백인우월주의를 탈피하고 있지만, 과학은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관점에서 연구팀은 생태학 및 진화학 용어 일부를 바꾸는 '생태·진화생물학 언어 프로젝트(Ecology and Evolutionary Biology Language Project, EEB Language Project)'를 추진 중이다.

가부장적이고 백인우월주의적이며 식민주의적인 생태학과 및 진화생물학 용어 일부를 바꾸자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남성(male)은 정자 생산자(perm-producing), 여성(female)은 난자 생산자(egg-producing)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같은 맥락에서 아버지(father)와 어머니(mother)는 '부모 정자(난자) 제공자(parent/sperm-donor/egg-donor)'로 표기하자고 연구팀은 제안했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서양 과학의 상당 부분이 식민주의와 백인우월주의, 가부장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런 권력 구조가 과학 분야에 오랫동안 침투한 탓에 서양 과학은 사회 발전에 기여했지만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식민주의에 희생된 사람들 등 역사적으로 과학에서 배제된 집단이 존재한다"며 "EEB 언어 프로젝트의 진정한 목적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과학 용어를 순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EB 언어 프로젝트는 '외계인'을 '지구 토착종 외의 종'이라고 순화하자고 주장한다. <사진=pixabay>

연구팀이 현재까지 내놓은 생태·진화생물학 분야의 순화어는 24개다. '처녀(virgin)'는 '짝지워진 적 없는(unmated)'으로, '외계인(alien)'은 '토착종 외의 종(non-endemic species', '남자(man)'와 '여자(woman)'는 '인간(human)'으로 통일하자고 연구팀은 제안했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이들 단어는 인간의 관습에 의존할 뿐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부정확하다"며 "EEB 언어 프로젝트는 열려 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교체가 필요한 다른 과학 용어도 꾸준히 바꿔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프로젝트가 교체를 제안한 24개 용어는 EEB Language Project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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