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와 매끄러운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AI) 언어 모델 챗(Chat)GPT가 등장하면서 AI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AI가 사람 직업을 빼앗는다는 마이클 오스본 감독의 경고가 재조명되는 가운데, AI가 조종하는 전투기까지 시선이 쏠렸다.

미국 항공기 및 우주선 개발사 록히드마틴과 칼스판은 16일 공식 채널을 통해 AI가 조종하는 전투기 비스타(VISTA) X-62A가 17시간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체의 명칭 VISTA는 'Variable In-flight Simulation Test Aircraft', 즉 가변 비행 시뮬레이션 테스트기를 의미한다. 록히드마틴과 칼스판은 파일럿 대신 AI가 어디까지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다. 비스타 X-62A는 17시간 시험비행 과정에서 도그파이트까지 구현했다. 

전투기에 탑재된 AI는 마주치는 기체들의 비행 능력을 학습한다. 록히드 마틴은 첨단 AI가 천문학적 비용과 긴 시간이 소요되는 파일럿 양성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록히드마틴과 칼스판 사가 공동 개발한 AI 시험기 비스타 X-62A. 구형 전투기 F-16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사진=록히드마틴 공식 홈페이지>

AI 전투기의 또 하나의 장점은 기체 제작에 걸리는 비용과 시간의 절감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영국 전투기 슈퍼마린 스핏파이어는 불과 3년 만에 완성됐지만, 스텔스 전투기 F-35 라이트닝2는 제작 기간이 무려 20년이다. 첫 기체가 실전에 배치될 때는 이미 시대에 뒤떨어질 수 있다.

록히드마틴은 "첨단 기체들은 개발 및 유지 비용이 어마어마해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가 전투기 운용 규모를 축소하는 추세"라며 "이 때문에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도 줄어 방산업계나 정부의 고민이 크다"고 지적했다.

비스타 X-62A는 이런 문제점을 대부분 해소했다. 이 기체는 F-16D 블록 30 피스 마블(Peace Marble)2 기종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첨단 전투기에 비해 기본적인 성능은 떨어지지만 사람이 타지 않으므로 기체를 한계까지 몰아붙일 수 있다.

전투기는 기체 자체도 비싸지만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도 천문학적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영화 '탑건 매버릭' 스틸>

사실 VISTA 시스템은 AI로 움직이는 전투기 개발을 위해서만 제작된 것은 아니다. 테스트를 통해 보다 고도의 AI를 완성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다. 이를 위해 기체에는 자율형 비행 알고리즘 개발과 통합에 주안점을 둔 AI 시스템이 탑재됐다. 

대표적인 것이 칼스판의 VISTA 시뮬레이션 시스템(VSS)과 록히드마틴의 모델 추종 알고리즘(MFA), 시뮬레이션 자율제어시스템(SACS)이다. 이 시스템은 콕핏 전후방에 장착된 최첨단 카메라와 고감도 센서가 읽어들이는 다양한 정보를 학습해 최상의 전투기 기동을 구현한다. 

록히드마틴은 "SACS의 중추는 어디까지나 F-16 같은 오래된 전투기 시스템으로, 여기에 AI를 더해 기체가 가진 최상의 성능을 뽑아내게 한다"며 "비스타 X-62A는 AI를 통한 학습이 가능한 동시에 소프트웨어도 쉽고 신속하며 유연하다. 이는 첨단 전투기 개발의 힌트를 줄 뿐만 아니라, AI의 고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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