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원숭이 수컷들이 높은 확률로 동성애를 하는 이유는 종의 존속이라는 역설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은 10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ICL은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가 인간 진화의 비밀에 한걸음 다가가는 열쇠라는 입장이다.

ICL 연구팀은 히말라야원숭이 수컷이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이유를 알아보기 장기 추적 관찰에 나섰다. 2017년부터 3년간 푸에르토리코 카요 산티아고 섬의 히말라야원숭이 수컷 236마리를 들여다본 연구팀은 72%가 동성끼리 유사 짝짓기 행위(마운팅)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관찰 대상 중 46%는 암컷과도 짝짓기를 했다.

히말라야원숭이 수컷들의 추적 조사에서 동성애 및 양성애 습성이 관찰됐다. <사진=pixabay>

히말라야원숭이 수컷을 포함한 많은 동물의 동성애 행동은 다윈의 진화론과 모순된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생존에 유리한 변이를 보존하고 불리한 변이는 배제한다. 진화론 입장에서 동성애는 종의 존속과 관계없는 성 행동이며 도태돼야 마땅하다. 

다윈의 역설로 해석될 히말라야원숭이 수컷들의 동성애에는 사실 비밀이 있다. 연구팀은 수컷 간 짝짓기가 유전적 적응도를 떨어뜨리는지, 즉 아이를 남기는 데 불리한 지 알아봤다. 그 결과 동성애나 양성애를 하는 수컷이 아이를 더 많이 얻었다.

조사 관계자는 "236마리 중 46%가 양성애 개체였는데, 이런 수컷들은 새끼를 더 많이 낳았다"며 "아무래도 수컷끼리의 교류는 암컷과 짝짓기에서 더 많은 자손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자손을 남겨 종을 종속하는 데 있어 동성애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학계는 판단해 왔다.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관찰한 바로는, 의사적인 동성애 관계인 수컷들은 짝짓기 시즌 암컷을 둘러싸고 싸움이 나면 서로 적극 도왔다"며 "이것이야말로 동성애가 가져오는 사회적 이점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목적이 뚜렷한 히말라야원숭이 수컷의 동성애에서 유전적 요인도 확인했다. 이 원숭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동성애 행위의 대략 6.4%는 유전적인 원인에 따른 것이었다.

조사 관계자는 "유전과 관련된 동성애가 발견된 것은 영장류에서는 처음"이라며 "이번 연구는 동물의 세계에서 동성애는 극히 드물고 특정한 환경 때문에 나타난다는 주장에 물음표를 던졌다"고 자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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