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왈라키아의 영웅 블라드 3세(블라드 3세 드러쿨레아)가 실제로 피눈물을 자주 흘렸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루마니아와 이탈리아 공동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Analytical Chemistry'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들은 블라드 3세가 주고받은 편지를 화학적으로 분석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블라드 3세에 드라큘라라는 이미지가 더해진 이유를 과학적으로 찾기 위해 유품을 조사했다. 특히 눈여겨본 것은 편지다. 사람이 편지를 쓸 때 종이에 반드시 손을 대는데, 피부에서 다양한 성분의 미립자가 종이에 부착되기 때문이다.

블라드 3세가 1475년 쓴 편지 세 통을 정밀 분석한 연구팀은 피눈물을 흘리는 헤모라크리아(haemolacria)를 앓은 것으로 의심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헤모라크리아는 눈에서 피눈물이 쏟아지는 기이한 현상이다.

블라드 3세의 초상화. 작자 미상 <사진=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편지지를 손상시키지 않고 블라드 3세의 손 부착물을 채취하기 위해 에틸렌 아세트산 비닐 패치를 붙였다"며 "이를 통해 얻은 물질을 분석한 결과 500종 넘는 펩타이드 잔유물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잔유물 중 인간에게서 유래한 것만 100종을 골라내 자외선으로 분석하자 페닐알라닌과 티로신, 트립토판 등 아미노산이 검출됐다"며 "세포 기능과 장기를 해치는 유전성 섬모 질환 또는 기도와 피부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높은 염증성 질환의 증거들"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편지지에서는 눈물관 내부 액체와 혈액이 섞여 시뻘건 피눈물을 쏟는 헤모라크리아와 관련된 물질이 나왔다. 조사 관계자는 "헤모라크리아의 원인은 다양하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지만 눈물샘에 생긴 종양이나 세균성 결막염, 여성의 경우 임신 중 호르몬 이상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라드 3세가 1475년 작성한 세 통의 편지 중 일부. 분석 결과 헤모라크리아를 앓았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사진=Analytical Chemistry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블라드 3세가 쓴 편지 세 통 모두 헤모라크리아를 가리키는 흔적이 여럿 확인됐다"며 "편지 하단에 모두 블라드 3세의 동일한 서명이 들어간 점에서 그가 생전 피눈물을 흘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몰다비아, 트란실바니아와 함께 중세 루마니아를 구성한 왈라키아 공국은 현재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 해당한다. 블라드 3세는 1448~1476년 왈라키아 공국 공작으로 재임했으며 ,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속 실제 주인공으로 재조명됐다.

기록을 보면, 블라드 3세는 규칙을 중히 여기는 엄격한 군주로 왈라키아의 부흥을 위해 힘썼다. 적대국인 오스만 제국 병사 약 8만 명을 붙잡아 상당수를 처형했는데, 긴 꼬챙이를 동원해 꽂아 살해한 것으로 악명을 떨쳤다. 그의 또 다른 이름 블라드 체페슈는 '꿰뚫는 사람 블라드'라는 무서운 의미를 갖고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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