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배우 와타나베 켄(64)은 인공지능(AI)의 발달이 생각보다 빠르며, 이미 배우의 입지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를 규제하기 위해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이 벌인 파업도 이런 상황을 개선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와타나베 켄은 최근 일본 아사히TV와 인터뷰에서 100일 넘게 이어진 전미배우노동조합(SAG-AFTRA) 및 미국작가조합(WGA) 파업이 영화·TV제작자협회(AMPTP)와 잠정 합의에 도달했지만 AI의 거침없는 진격은 막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SAG-AFTRA 회원인 와타나베 켄은 "배우조합은 AI의 영역 침범을 상당히 우려해 왔다"며 "현재의 AI 기술은 배우를 젊게 만들고 죽은 이들을 화면에 되살릴 수도 있다. 목소리 더빙도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이런 기술을 도입한 영화가 속속 개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두 조합의 파업은 궁극적으로 AI의 위협으로부터 배우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많은 조합원이 100일 넘게 한목소리를 내며 싸웠지만 아쉽게도 AI의 빠른 발전 때문에 완전한 제동을 걸기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와타나베 켄은 지난 10월 개봉한 가렛 에드워즈(48) 감독 작품 '크리에이터(The Creator)'에서 AI를 연기했다. 그는 "머리의 절반이 기계라 분장만 몇 시간 걸릴 줄 알았는데 얼굴에 점 몇 개 붙이고 그냥 찍더라"며 "나중에 시각 특수효과(VFX)로 금세 가공해버릴 정도로 기술이 발달됐다"고 말했다.
이어 "AI와 이를 응용한 첨단 촬영 기술들은 영화나 드라마 제작 시 인건비는 물론 촬영 일수를 줄이고 후반 작업까지 쉽게 만들어준다"며 "제작자들이 과연 인간과 AI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와타나베 켄은 "저를 비롯한 배우들은 객석의 마음을 움직이는 혼신의 연기를 결코 기계가 대신할 수 없으며, 10년 정도는 우리가 쌓아온 탑이 끄떡없을 거라고 믿었다"며 "영화 '크리에이터'를 찍으면서 이런 자신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AI의 발달에 따른 영상 콘텐츠의 소비 패턴 변화에 대해서는 "사람의 연기가 아닌 애니메이션이나 100% 컴퓨터그래픽(CG)을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시대가 열릴지도 모르겠다"며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살아 숨 쉬는 사람보다 AI가 만든 배우에 더 감정이입이 편한 콘텐츠 소비자들이 보다 많아질 것 같아 솔직히 두렵다"고 털어놨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