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요석을 가공한 수수께끼의 유물이 유럽 해저에서 발견됐다. 학계는 유물의 연대가 석기시대로 추측되는 만큼 당시 사람들이 만든 선박의 흔적이 추가 발굴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탈리아 고고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15일 공식 채널을 통해 나폴리 만 카프리 섬 인근 해저 40m에서 발견된 흑요석 가공품을 소개했다. 가로와 세로, 높이 약 28㎝, 20㎝, 15㎝인 이 유물은 8000년에서 5000년 전 신석기시대에 배가 난파해 가라앉으면서 해저에 잠든 것으로 보인다.

카프리 섬 부근 해저의 석기시대 유물은 지난 11월 말 처음 확인됐다. 나폴리 해양경찰과 고고학자들이 협력해 유물 회수에 나섰는데, 생각보다 유물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작업에 시간이 걸렸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카프리 섬 인근의 광범위한 해저에서 신석기시대 유물들이 대량 발견됐다. <사진=Superintendency of the Metropolitan Area of Naples>

발굴 관계자는 "여러 유물 중 가장 귀중한 발견은 단연 흑요석 가공품"이라며 "표면에 새겨진 조각 흔적과 흠집들은 인간의 손에 의한 것이 확실하며, 정확히 무슨 용도인지는 현재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유물이 어떻게 수심 40m 바닷속에 오래 잠들었는지 불분명하지만 아마도 신석기시대에 만든 작은 배에 의해 옮겨지던 중 바다에 빠졌을 것"이라며 "조사를 더 진행해 흑요석을 실어 나르던 선박의 흔적이 나온다면 고고학계의 대발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석기시대 선박 흔적은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약 8000년 전 낚시 도구를 옮긴 것으로 보이는 나무 선박과 노가 울진군 죽변항 인근에서 나왔다. 신석기시대 선체 조각은 유럽 본토의 강이나 호수에서는 가끔 발굴됐지만 지중해에서 확인된 전례는 없다.

인간이 가공한 흔적이 표면 여기저기 남아있는 흑요석 유물 <사진=Superintendency of the Metropolitan Area of Naples>

발굴 관계자는 "많은 학자가 이번 발견에 주목하고 추가 조사를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신석기시대 나무 선체의 잔해나 다른 적재물의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첨단 장비를 이용한 대규모 해저 조사가 필요해 실제 작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지중해는 목재를 분해하는 연체 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고 염분 농도도 적당해 목조 선박이 침몰했다면 지금까지 남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만약 섬 근처에서 배가 가라앉아 모래나 뻘 속에 묻혔다면 지금껏 보존됐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여지를 뒀다.

흑요석은 단단하면서도 쪼아 부수기 쉬운 특성이 있어 석기시대 사람들이 애용한 광물이다. 실제로 흑요석을 가공한 칼과 도끼, 화살촉 유물이 전 세계에서 다수 발견됐다. 신석기시대 지중해와 근동에서는 흑요석 화살촉 등이 널리 거래된 흔적도 확인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