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3억 년 전부터 존재한 것으로 보이는 반투명한 몸체의 신종 갑각류가 바하마 심해에서 발견됐다. 육지에 살도록 진화한 공벌레의 동료로 보이는 신종은 부랄라나 니코룸(Booralana nickorum)으로 명명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 엘레우테라 연구소(CEI)는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바하마 엑수마 사운드 해역의 수심 540~560m 심해에서 발견한 신종 갑각류를 소개했다.

갑각류의 하나인 등각목으로 추측되는 신종은 발견된 개체들의 몸길이가 최단 55㎜, 최장 76㎜였다. 여러모로 쥐며느리과 갑각류 공벌레의 특징들을 가졌으며, 몸을 감싼 껍질이 반투명해 내장이 훤히 비친다.

수심 500m가 넘는 바하마 심해에서 발견된 신종 갑각류 부랄라나 니코룸 <사진=CEI 공식 홈페이지>

조사에 참여한 남아공 노스웨스트대학교 닐 브루스 교수는 "부랄라나 니코룸은 바다에서 육지로 터전을 옮긴 공벌레의 동료인데 몸집은 어른 손가락 하나 정도로 훨씬 크다"며 "고대 바다에서 발견된 갑각류 화석과 대조한 결과, 부랄라나 니코룸은 3억 년 전 지구에 존재하면서 해양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랄라나 니코룸의 큼직한 겹눈과 반투명한 껍질은 빛이 거의 닿지 않는 심해에 살기 위해 진화한 산물로 추측된다. CEI는 신종 발견에 기여한 연구원 에드워드 브룩스의 가족 중 니콜라스 브룩스라는 인물이 2명이나 있는 점에서 신종의 이름을 만들었다.

수심 약 550m의 바하마 심해에서 발견된 신종 갑각류 부랄라나 니코룸 <사진=CEI 공식 홈페이지>

닐 브루스 교수는 "부랄라나 니코룸 같이 심해 밑바닥에서 가만히 숨어 사는 생명체들은 생태계에 있어서 매우 소중한 존재"라며 "이들은 해저에 가라앉은 생물의 사체를 분해함으로써 그 영양분이 바닷속에서 순환하게 만든다. 이들이 없으면 가라앉은 사체는 그대로 쌓이고 만다"고 말했다.

이어 "바하마를 비롯해 심해에 잠든 석유를 캐려는 국가가 최근 늘면서 우리가 모르는 생명체들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다"며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은 바하마 등 여러 해역의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번과 같은 탐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