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을 멈추고 잠들었던 초대질량블랙홀이 갑자기 전에 없던 밝은 빛을 뿜어내 학계가 주목했다. 휴면 상태였다가 활동을 재개한 블랙홀을 관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남천천문대(ESO)는 18일 공식 채널을 통해 우리은하 중심에 자리한 초대질량블랙홀이 갑자기 각성해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다고 발표했다.
ESO는 지구에서 약 3억 광년 떨어진 은하 'SDSS 1335+0728'의 관측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알아냈다. 은하 중심부에서 잠자던 블랙홀이 갑자기 활동을 시작하면서 은하가 전에 없이 밝은 빛을 내는 현상은 이전에 관측된 적이 없다.
이에 대해 ESO 관계자는 "은하핵이 주위를 훨씬 웃도는 에너지를 내뿜는 활동은하핵(AGN)은 이론만 존재했지 이를 관측한 것은 사상 최초"라며 "한 번 활동을 멈춘 블랙홀이 주변의 물질을 집어삼켜 다시 눈을 뜰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빛조차 탈출하지 못하는 강한 중력을 가진 천체 블랙홀은 주위 물질을 활발하게 삼키며 성장한다. 이때 형성되는 강착원반이나 뜨거운 가스에서 빛이나 X선을 방출한다. 주위에 삼킬 물질이 없어지면 블랙홀은 성장을 멈추고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
ESO 관계자는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은하 'SDSS 1335+0728'의 중심부에는 질량이 태양의 약 150만 배인 초대질량블랙홀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20년 넘게 활동 징후가 없었다"며 "2019년 12월 'SDSS 1335+0728'이 갑자기 빛나기 시작해 많은 학자를 의아하게 했다"고 말했다.
거대한 항성이 수명이 다해 폭발하는 초신성이나 블랙홀에 너무 가까이 접근한 천체가 흡수될 때 비슷한 빛이 관측되곤 한다. 이런 현상은 일반적으로 며칠, 길어야 몇 달 지속된다. 'SDSS 1335+0728'은 2019년 12월 이래 4년 넘게 가시광선과 자외선, 적외선을 방사했고 올해 2월부터 X선도 뿜어냈다.
ESO 관계자는 "이 희한한 현상은 인류가 마침내 은하핵이 활동을 개시하는 상황을 목격했음을 시사한다"며 "이는 초대질량블랙홀이 잠들었다가 다시 활성화되는 것을 사실상 실시간 관측한 대단한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천문학계는 'SDSS 1335+0728' 은하의 중심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향후 미 항공우주국(NASA) 등이 운용하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추가 관측을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