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의 궤도를 핵폭탄을 터뜨려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뉴멕시코주 샌디아국립연구소(SNL) 행성물리학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핵폭발로 방사되는 에너지를 이용해 소행성 궤도를 바꿀 가능성을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지구 충돌 우려가 있는 천체를 미리 확인할 경우 물리적인 방법으로 그 궤도를 바꿀 방법을 생각해 왔다. 이미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22년 소형 우주선으로 소행성을 타격하는 다트(DART) 미션에 성공했는데, 연구팀은 핵폭탄을 떠올렸다.
SNL 행성물리학자 네이슨 무어 연구원은 "약 6600만 년 전 지름 10㎞ 급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다고 여겨진다"며 "이 칙술루브 충돌로 인해 지구에서는 대멸종이 발생했고 공룡을 비롯해 전체 생물종 중 76%가 소멸했다는 가설은 유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칙술루브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확률은 1억~2억 년에 한 번꼴이며, 더 작은 소행성일수록 충돌 가능성이 커진다"며 "지구 근접 천체(NEO) 목록에는 현재 1200여 개의 소행성이 등록돼 있고, 이론상으로 향후 1000년 내에 지구에 부딪힐 수 있는 직경 1㎞ 이상의 천체들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이런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기 위해 고안한 것은 핵무기다. 핵폭탄을 터뜨려 소행성을 무수한 파편으로 만들어 지구 대기권에서 불타게 만드는 아이디어는 이전에 나왔다. 다만 소행성이 느슨하게 집적된 물질로 구성될 경우 충격파를 흡수할 뿐 소행성의 운동에는 영향이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핵폭탄을 사용하되 소행성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파를 이용하기로 했다. 핵폭탄을 소행성 표면 근처에서 터뜨리면 방출되는 고에너지 X선으로 표면 물질을 증발시키고 가스의 급속 팽창을 로켓 추력처럼 사용해 소행성을 밀어내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샌디아국립연구소의 X선 펄스 장치 Z 머신을 이용해 실험했다. 석영과 규소 시료를 섞어 만든 모형 소행성을 특수 진공 용기 안에 넣고 얇은 금속 박편으로 덮은 뒤 아르곤 플라즈마가 발생하는 X선 펄스를 쐈다. 금속 박편이 순식간에 증발하면서 진공에 가까운 우주를 떠다니는 소행성 인근의 핵폭발이 재현됐다.
네이슨 연구원은 "X선 펄스를 쏜 뒤 모형 소행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했다. 아울러 그 표면에서 분출되는 증기에 의해 생기는 추력을 산출했다"며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결과 발견이 빠를 경우 지름 최대 4㎞ 소행성의 진로를 1메가톤 폭탄(소형 핵폭탄)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소행성과 접촉점이 지구에서 충분히 멀면 처음에 미는 힘이 매우 작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궤도의 변화가 서서히 커졌다"며 "이후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 위험성은 현저하게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