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발사한 로켓 일부가 제어되지 않은 상태로 대기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또 제기됐다. 천문학계는 중국의 나몰라라식 태도를 문제 삼는 한편, 선진국 주도의 우주개발에 따른 위험부담이 후진국에 전가되는 상황을 개탄했다.

30일 미 항공우주국(NASA) 등에 따르면, 중국 로켓 ‘창정 5호 B’의 코어 스테이지가 31일 지구 대기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이 로켓은 지난 24일 중국이 추진하는 우주정거장 ‘톈궁’의 실험 모듈 ‘원톈’을 탑재한 채 발사됐다. ‘원톈’은 25일 ‘톈궁’의 핵심 모듈 ‘톈허’에 무사히 도킹했다.

발사에 사용된 ‘창정 5호 B’로켓의 코어 스테이지, 즉 1단은 지구 저궤도에 남아 있다. 이를 유심히 관찰하던 천문학자들은 31일 전후로 대기권에 진입할 가능성을 점쳤다.

미국 민간 우주 개발 업체 에어로스페이스는 코어 스테이지 재진입이 31일 오전 9시24분을 전후해 16시간(7월 30일 오후 5시24분~8월 1일 오전 1시24분)이라고 예측했다. 중간 타이밍에 진입한다고 가정할 때 코어 스테이지는 중동 지역에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에어로스페이스사가 분석한 '창정 5호 B' 코어 스테이지의 지구 대기권 재진입 지점 예측도. 28일 오전 3시20분 시점이며, 31일 오전 9시24분 중동 상공 진입을 예상했다. <사진=에어로스페이스 공식 홈페이지>

로켓 일부가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다만 크기가 큰 1단이나 로켓 부스터 등은 이른 단계에서 분리돼 낙하하기 때문에 보다 작고 가벼운 2단 이후가 지구 궤도에 들어오는 게 일반적이다. 

‘창정 5호 B’의 길이는 약 33m다. 직경 5m의 코어 스테이지와 로켓 부스터 4개로 구성되며, 코어 스테이지 자체가 페이로드를 궤도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코어 스테이지가 궤도에 남아 있다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창정 5호 B’의 코어 스테이지가 재진입하면 지표에는 5~9t의 타다 남은 부분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천문학자들은 중국이 이런 점을 알면서 모른 척한다고 비난했다. ‘창정 5호 B’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발사이기 때문이다. 과거 두 차례 발사에서도 코어 스테이지가 제어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기권에 재진입, 불타고 남은 부분이 지상으로 낙하했다. 2020년 5월 발사에서는 무려 12m 길이의 파이프 같은 부품이 코트디부아르에 떨어져 지상 건물에 피해를 줬다. 지난해 5월 발사에서는 인도양 몰디브 제도 부근에 부품이 낙하해 국제사회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달 국제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에 게재된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제어되지 않고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로켓 부품은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폭탄과 같다. 비단 ‘창정 5호 B’뿐 아니라 모든 로켓이 여러 이유로 지상에 부품이 떨어지는 사고를 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사되는 중국 로켓 '창정 5호 B' <사진=중국국가항천국 공식 홈페이지>

일부 전문가는 현재 각국 정부가 열심히 추진하는 탄소중립처럼 로켓 부품 낙하나 우주쓰레기 발생에 대해 국제적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류 탓에 우주 공간에 흩어진 무수한 쓰레기를 신속하게 회수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학교 연구팀은 논문에서 “사용된 후 궤도를 벗어난 로켓 부품들은 과거 30년간(1992년 5월 4일~2022년 5월 5일) 1500기 이상이나 된다”며 “70% 이상은 제어되지 않은 상태로 궤도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1회 재돌입에 의해 지상에서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범위를 평균 10×10m(100㎡)라고 가정하면 1명 이상의 사상자가 생길 확률은 약 14%나 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실제 사상자가 생겼다는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위험은 아님을 산출된 확률이 보여준다”며 “과거 국제연합(UN)에서 채택한 우주 활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제어되지 않은 채 재진입하는 우주 물체의 위험에 어떻게 대처할지 명확한 언급조차 없다”고 아쉬워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로켓 부품이 지구 궤도에 재진입할 경우 위험한 곳은 적도 부근의 자카르타, 다카, 멕시코시티, 보고타, 라고스 등이다. 워싱턴 D.C.나 베이징, 모스크바 같은 곳과 비교해 잔해가 떨어질 위험성이 3배 크다. 선진국들의 우주개발로 인한 위험을 개발도상국이 떠안는 셈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학자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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