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뒤 세상이 멸망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숱한 재난영화 속 한 장면처럼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나지 않을까. 종말론이 유행할 때마다 지구상에서 파멸을 피할 유일한 곳으로 지목된 부가라치(Bugarach)의 미스터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 부가라치는 1999년과 2012년 지구가 최후를 맞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기묘한 지역이다. 프랑스 남부 피레네 산맥 언저리에 자리한 이곳은 종말론자 사이에서 ‘세계의 파멸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성지’로 손꼽힌다.
종말론자들은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가 언급한 내용에 따라 1999년 7월 24일 오후 5시 지구가 멸망하리라고 봤다. 프랑스 대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는 이에 대해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는 섬뜩한 표현을 썼다. 관련 책이 정말 많이 팔렸는데, 가장 설득력을 얻은 설이 "천체 별들이 십자가 대형으로 변한다" 내지는 "3차대전이나 에이즈로 인류가 사라진다"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다" 등이었다.
1999년 종말 예언이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뒤 2012년 종말론이 또 대두됐다. 고대 마야문명에서 사용한 달력을 근거로 2012년 12월 21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혹성과 충돌해 인류가 멸망한다고 여겼는데, 베텔기우스가 유력 후보 중 하나였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2009년 작품 '2012'까지 다시 흥행하며 종말론이 확산됐다.
인구가 200명 남짓한 프랑스의 작은 마을 부가라치는 정말 종말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일까.
종말론자들의 이런 믿음은 부가라치에 미확인비행물체(UFO) 기지가 있다는 가설에 근거한다. 실제로 부가라치는 1999년 무렵부터 많은 UFO 학자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구글맵을 통해 부가라치를 검색한 결과, 작은 마을을 돌아봐도 UFO기지로 추정할 만한 시설은 2020년 현재까지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 역시 UFO기지 같은 건 없으며, 종말론자들이 끝도 없이 찾아와 곤혹스럽다고 하소연한 바 있다. 부가라치의 한 주민은 2012년 일본 니시니폰신문과 인터뷰에서 “얼마 전부터 종말론자들이 마을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민과 접촉하지 않으며, 세미나 등을 열어 자기들끼리 뭔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에 따르면 종말론자들은 대부분 유럽 출신으로 수백 명이었고, 12월쯤에는 수천 명에 달했다. 이들은 부가라치의 농지를 닥치는 대로 사들이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부가라치가 최후의 성지라는 종말론자들의 주장을 일축한다. 미항공우주국(NASA) 관계자는 “2012년 지구멸망을 예측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1999년도 그랬다"며 "아직 지구가 소멸될 만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부가라치가 성지라는 것 역시 지어낸 이야기”라고 말했다.
반면 부가라치 성지설을 믿는 한 종말론자는 “SF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광경들이 부가라치에서 펼쳐지고 있다. UFO기지는 모두 땅속에 건립돼 있다. 당연히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