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구덩이를 파고 생활한 것으로 보이는 백악기 공룡 신종이 특정됐다. 공룡이 땅굴을 파고 살았음을 시사하는 화석이 전에도 나온 만큼, 공룡의 생활권이 그간의 이론이나 가설보다 넓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와 이 대학 자연과학박물관 공동 연구팀은 16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땅을 파고 지하에 서식한 작은 공룡 포나 헤르조가에(Fona herzogae)를 소개했다.

화석을 토대로 아티스트가 재구성한 포나 헤르조가에의 성체 및 아성체 <사진=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Jorge Gonzales>

연구팀은 미국 유타 동부 시더 마운틴 지층(백악기 전기~중기)에서 백악기 후기 조반류의 동료로 생각되는 화석을 여럿 발굴했다. 한눈에도 소형종임을 알게 해주는 화석들은 땅속에 보존된 덕인지 대체로 상태가 양호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고생물학자 린지 잔노 연구원은 "골격은 매우 단순한 구조였고, 연대 측정 및 정밀 분석 결과 큰 이두박근 및 골반을 따라붙는 뼈들을 가진 신종으로 확인됐다"며 "약 9900만 년 전 백악기에 존재한 대형견 크기 조반류들의 동료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땅에 묻힌 관계로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된 포나 헤르조가에의 뼈들 덕에 상세한 고증이 가능했다. <사진=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에 따르면, 이 조반류는 허리와 다리 근육이 꽤 강해 여러모로 구덩이를 파는 데 적합한 신체 구조를 가졌다. 이 공룡이 언제 활동했는지는 차차 알아낼 일이지만, 적어도 공룡이 지상뿐만이 아니라 토양 속에서도 살았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공룡이 땅굴을 파고 살았음을 시사하는 증거는 소수지만 분명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조반목 공룡 오릭토드로메우스다. 백악기 후기 미국 몬태나 및 아이다호 일대에 서식한 이 공룡은 땅굴 속에서 어미와 새끼 화석이 발견되면서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3D 프린터로 재현한 포나 헤르조가에의 두개골 <사진=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린지 잔노>

린지 잔노 연구원은 "비교적 완전한 화석으로 발견된 포나 헤르조가에는 공룡들이 땅속에서 능숙하게 생활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라며 "덩치가 작은 포나 헤르조가에의 화석은 대부분 엎드린 채 죽은 상태였다. 이는 공룡들이 서식지인 땅속에서 생을 마감했고 바깥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화석이 됐음을 의미한다"고 추측했다.

이어 "공룡은 주로 지상에서 살았고 담수나 하늘에도 서식했지만, 이번과 같이 지하에 사는 종도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최근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인간은 한때 지구 생태계를 호령한 공룡의 진짜 생태를 이제 막 알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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