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2000만 개를 합친 정도의 초거대 블랙홀이 우주 공간을 휩쓸고 다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 예일대학교 피터 반 도쿰 교수(51) 연구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지구에서 약 75억 광년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장대한 빛의 꼬리를 휘날리며 폭주하는 거대 블랙홀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도 소개될 이번 관측 내용이 이론적으로 예측돼온 은하 중심부의 초대질량 블랙홀 방출의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피터 반 도쿰 교수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이 지구에서 약 75억 광년 떨어진 왜소은하 ‘RCP 28’을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하다 수수께끼의 빛줄기를 포착했다. 빛줄기 길이는 무려 20만 광년 이상으로 우리은하의 2배에 달했다. 빛줄기의 정체는 별들이 활발하게 형성되는 압축가스로 추측됐다.
연구팀은 의문의 가스 끝부분에서 초대질량 블랙홀을 확인했다. 이 블랙홀은 가스를 휘날리며 시속 약 560만㎞, 즉 음속의 약 4500배로 폭주 중이라고 연구팀은 파악했다. 특히 태양 2000만 개 분량의 엄청난 질량을 가진 점에 주목했다.
초대질량 블랙홀 자체는 그리 희귀한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큰 은하의 중심에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자리한다고 여겨진다. 다만 이번 블랙홀은 터무니없는 속도로 왜소은하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가스 양 끝에 블랙홀과 은하가 각각 자리한다는 점에서 이 블랙홀이 은하에서 쫓겨나 가스 꼬리를 끌며 우주를 떠돈다고 연구팀은 생각했다.
피터 반 도쿰 교수는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은 종종 제트를 고속으로 분출, 기다란 빛줄기처럼 보이는데, 이를 블랙홀 제트라고 한다”며 “이번에 관측된 가스 꼬리도 이와 비슷하지만 일반적인 블랙홀 제트의 특징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랙홀 제트의 경우 발생원에서 멀어지면 점점 약해지는데 이번 가스 꼬리는 반대였다”며 “블랙홀 제트는 대개 부채처럼 펼쳐지는데 이번 것은 언뜻 보기에도 곧게 뻗어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가스 꼬리가 일반 블랙홀 제트와 다름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 거대한 블랙홀이 은하에서 쫓겨난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다.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각 중심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자리하는 세 은하의 상호작용으로 새총처럼 튕겨 나갔다는 것이다.
피터 반 도쿰 교수는 “은하끼리 합체할 경우 질량이 비슷한 천체들이 중력 상호작용하면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연성이 되면서 방출될 수 있다”며 “우리가 본 블랙홀은 왜소은하가 다른 은하와 합쳐져 뜻
밖의 천체와 연성이 되면서 튕겨 나갔을 수 있다”고 전했다.
천문학자들은 아직 이런 유형의 초대질량 블랙홀 연성이 우주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모른다. 연구팀에 따르면 초대질량 블랙홀이 은하에서 쫓겨날 가능성 자체는 50년 전부터 예측됐지만, 그 증거로 보이는 현상이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터 반 도쿰 교수는 “우리가 확인한 내용이 진짜인지, 또한 이런 블랙홀이 더 존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 등 다른 정밀 관측 장비들의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