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한국의 매운 라면 불닭볶음면이 덴마크 정부의 리콜 조치를 받으면서 사람이 왜 매운맛에 끌리는지 과학적인 해석에 관심이 쏠렸다.

영국 헐대학교 식품의학자 마크 로치 교수는 18일 과학 전문지 컨버세이션에 낸 기고에서 사람이 극단적으로 매운 음식에 끌리는 것은 강렬한 경험에 대한 중독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마크 로치 교수는 일부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신경전달 물질의 하나인 엔도르핀(엔돌핀)이 분비돼 여러 감각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일종의 중독 증상이 나타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매운 음식에 빠져들게 된다는 이야기다.

고추의 매운맛은 캡사이신이 원인이다. <사진=pixabay>

매운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고추를 너무 많이 먹으면 발한, 메스꺼움, 위장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2023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가 들어간 스낵 먹기 대회에서 소년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마크 로치 교수는 "매운 음식에 관한 장기적인 악영향을 나타내는 증거는 별로 없지만 매운맛은 화상 같은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숨이 막힐 수도 있고 울컥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며 "매운 음식을 과하게 먹는 것은 결코 몸에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매운맛을 느끼는 것은 고추에 포함된 화학물질 캡사이신과 감각 수용체 TRPV1 때문이다. 캡사이신이 입과 식도 등 소화기계부터 코나 피부 등 여러 감각기관에 분포하는 TRPV1과 결합하면 매운맛이 생성된다.

덴마크 정부가 리콜한 불닭볶음면 <사진=삼양식품 공식 홈페이지>

원래 TRPV1은 통증을 느낄 정도의 고온을 감지하는 데 관여한다. 캡사이신이 접촉되면 TRPV1은 부기나 발한, 불쾌감 등 화상을 입은 듯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미국 과학자 줄리어스 데이비스 등은 캡사이신의 이런 작용을 조사해 수용체 연구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202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고추가 캡사이신을 생산하도록 진화한 것은 야생 포유류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고추를 즐기는 포유류는 인간과 나무두더지 정도뿐이며, 대부분은 고추의 얼얼한 매운맛 때문에 관심도 갖지 않는다.

새들은 포유류와 다르다. 조류는 캡사이신을 받아들이는 수용체나 신체 구조가 포유류와 달라 문제없이 고추를 즐긴다. 고추씨가 멀리 퍼지도록 돕는 게 바로 새들이다. 야생 조류학자들은 생태 조사를 할 때 준비한 먹이를 쥐가 먹어치우지 않도록 고춧가루를 섞는다.

매운맛에 입이 얼얼할 때는 물보다 우유를 마시는 것이 낫다. <사진=pixabay>

고추의 매운맛은 1912년 고안된 스코빌 척도(Scoville scale)의 지수로 나타낸다. 최초로 고추 종류의 매운맛 테스트를 고안한 화학자 윌버 스코빌의 이름을 땄다. 원래는 고추에서 추출한 캡사이신을 희석하고 자원봉사자들이 매운맛을 덜 느끼게 되는 희석도를 따지는 주관적인 테스트였다. 1980년대에는 추출한 캡사이신 농도를 직접 측정하는 객관적인 방법으로 바뀌었다.

매운맛이 없는 피망은 스코빌 지수가 0이다. 이번에 이슈가 된 불닭볶음면은 4000대로 알려졌다. 타바스코 소스에 쓰이는 타바스코 고추의 최대 스코빌 지수는 5만,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 페퍼X는 약 300만으로 측정됐다. 지구상의 가장 매운 물질 레시니페라톡신은 무려 160억이다.

마크 로치 교수는 "고추를 먹다 매울 때 급히 물을 마시면 캡사이신이 입에 퍼져 상황이 더 나빠진다"며 "캡사이신은 지방에 잘 녹으므로 우유나 요구르트, 치즈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레몬 등 산성 식품은 매운맛을 중화한다"며 "빵이나 쌀 같은 전분질 식품은 캡사이신을 흡수해 입안의 열기를 가라앉힌다"고 조언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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