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판 엑스칼리버로 널리 알려진 성검 뒤랑달(Durandal)이 감쪽같이 사라져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카를 대제와 관련된 샤를마뉴 전설의 용맹한 기사 롤랑(흐로딜란드, 736~778)의 칼로 유명한 뒤랑달은 이달 초 자취를 감춰 현지 경찰이 수사 중이다.

1300여 년간 프랑스 북부의 작은 마을 로카마두르의 절벽에 꽂혀 있던 뒤랑달은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이 칼이 지상으로부터 30m나 되는 험준한 벼랑에 박혀 있었다는 점에서 누가 어떤 방법으로 가져갔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약 80㎝ 길이의 뒤랑달은 신앙의 보루로 통했던 프랑스 성지 순례의 땅 로카마두르의 상징이다. 정의롭고 용맹한 기사 롤랑이 생전 애용한 성검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30m 높이의 절벽에 박혀 있던 녹슨 성검 뒤랑달. 이달 초 감쪽같이 사라졌다. <사진=Watch & Know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Durandal - The Legendary Sword of Roland' 캡처>

"싸움에서 빈사에 이르는 중상을 입은 롤랑은 천사가 만든 성검이 적의 손에 넘어갈 것을 우려했다. 바위에 내리쳐 부러뜨리려 했지만, 오히려 바위가 양쪽으로 쩍 벌어지고 말았다."

"롤랑은 뒤랑달을 들고 수많은 적과 싸웠다. 롤랑은 적을 죽이기보다 칼등으로 쳐 사람이나 말을 기절시켰다. 적의 목숨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롤랑의 싸움 방식 때문에 그와 뒤랑달은 더욱 명성을 얻었다."

롤랑이 뒤랑달을 휘두르며 분전하는 상황은 19세기 판화를 비롯해 많은 예술 작품으로 남았다. 한 설화에 따르면 롤랑은 최후의 순간 검을 보호하기 위해 대천사 미카엘의 힘을 빌렸다. 검을 바위에 힘껏 내던지자 기적적으로 수백 ㎞나 날아가 로카마두르 절벽에 꽂혔다.

롤랑의 성검 뒤랑달에 대해서는 여러 설화가 전해진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뒤랑달은 절벽에 박힌 뒤 1300년 동안 로카마두르를 찾는 순례자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역의 소중한 보물이 사라지자 주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일부는 자체 순찰대를 꾸려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학자들의 의견까지 구해가며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은 누군가 가파른 암벽을 30m나 올라 칼을 뽑은 것으로 보고 있다. 드론을 이용한 탈취도 고려했으나 검이 사라진 날 드론은 보지 못했다는 주민들의 일관적인 진술이 나와 누군가 직접 칼을 훔친 것으로 경찰은 추측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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