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 상태로 바다에 가라앉는 늙은 범고래와 필사적으로 밀어 올리려는 젊은 범고래 2마리가 포착됐다. 나이 든 범고래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이 카메라에 잡힌 것은 전례가 없어 관심이 집중됐다.

범고래 생태를 연구하는 오르카 노르웨이(Orca Norway)는 최근 공식 SNS를 통해 죽어가는 범고래의 마지막을 곁에서 지키는 동료 범고래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지난달 6일 노르웨이 로파(Loppa) 섬 북쪽 바다에서 찍혔다. 축 늘어져 해수면 바로 아래를 떠다니던 늙은 범고래는 오르카 노르웨이가 추적 관찰해온 35살 수컷으로 이름은 헌치다.

죽어가는 고령의 범고래를 동료 범고래 두 마리가 밀어 올리는 광경이 카메라에 잡혔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오르카 노르웨이 범고래 전문가 피에르 로버트 드 라투르는 "헌치는 명이 다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보였다. 이를 젊은 범고래 두 마리가 필사적으로 밀어 올리고 있었다"며 "20년 넘게 범고래를 관찰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 봤다"고 전했다.

영상 속의 헌치는 마른 편으로, 복부의 형태로 미뤄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오르카 노르웨이는 판단했다. 범고래의 평균 수명은 수컷 약 30살, 암컷 약 50살이며 수컷은 60살, 암컷은 90살까지 사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영상이 범고래의 사회성을 잘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피에르 로버트 드 라투르는 "두 범고래는 무리 사이를 오가며 죽어가는 헌치를 어떻게든 구하려 했다"며 "젊은 범고래들은 헌치를 내버려 두면 빠져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를 막으려 동료애를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무리를 지어 살고 사냥도 함께 하는 범고래의 사회성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사진=pixabay>

그는 "범고래는 최대 15분 잠수하며 휴식 중일 때는 1분, 이동 중일 때는 3~5분 간격으로 수면 위에 올라 숨을 쉰다"며 "젊은 범고래들은 50분이나 헌치를 떠밀어 올리려 했다. 나이 든 범고래가 죽어가는 와중에 동료들이 취한 행동을 카메라가 잡은 건 북대서양은 물론 세계에서도 처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범고래의 사회성은 잘 알려져 있다. 피에르 로버트 드 라투르는 "북태평양 동부의 범고래 무리에 속한 어미는 새끼가 죽자 그 곁을 2주 넘게 지켜 동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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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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