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달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하면서 바티칸이 AI와 윤리에 관한 가이드북을 내놨다. 바티칸이 공개적으로 AI 관련 지침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청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AI와 인간 윤리에 관한 종교적 견해를 담은 가이드북을 공개했다. '파괴적 기술 시대의 윤리(Ethics in the Age of Disruptive Technologies)'로 명명된 이 교범은 교황청과 산타클라라대학교가 설립한 기술윤리문화연구소(ITEC)가 펴냈다.

바티칸의 목적은 AI나 위치 추적 같은 첨단 기술로 빚어지는 윤리 문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제시다. 일반인은 물론, 하이테크 기업들이 첨단 기술로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돕겠다는 의도다. 반대로 윤리를 너무 의식해 업계의 발목을 잡는 일도 막는다는 것이 바티칸의 계획이다.

바티칸이 최근 발달하는 AI로 인해 야기되는 윤리 문제에 대응하는 가이드북을 내놨다. <사진=pixabay>

ITEC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숱한 중역들이 교회에 상담하러 오는 것에 착안, 가이드북의 필요성을 느꼈다. ITEC 관계자는 "바티칸은 세계와 인류를 넓은 시야로 바라봐 왔다"며 "우리는 기술을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지만, 지금처럼 너무 빨리 발달하면 언젠가 윤리 측면의 의문을 제기할 시점이 온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기업의 책임자들은 기술 발달에 따른 윤리 문제를 걱정했다. 이들은 앞으로 여러 기기나 기술이 등장하겠지만 윤리적으로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하소연했다"고 전했다.

이런 점에서 바티칸은 지금 가이드라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업이 AI가 만들어낼 여러 문제에 이미 직면해 있고, 책임자들이 대응에 고심하는 만큼 정부를 기다리기 보다 종교계가 먼저 구체적 지침을 주자고 판단했다.

바티칸에 소장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일부. AI의 탄생은 인간에 의한 천지창조로 평가된다. <사진=pixabay>

ITEC 관계자는 "가이드북은 인간 존엄과 권리, 투명성, 책임 등 7가지 보편적 가치관을 나열하고, 각 항목이 AI를 위시한 과학기술과 만나 야기하는 윤리 문제와 그 해법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방식으로 가이드북은 총 46개의 구체적인 윤리 문제와 대응책을 안내한다"며 "예컨대 AI 기술이 야기하는 인간 존엄과 권리 존중의 대립에서는 '필요 이상의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 '수집한 정보는 비밀이 잘 지켜지는 최적의 방법으로 보존한다' 등 대안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바티칸의 이번 조치는 업계는 물론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최근 다양한 AI 전문가가 기계가 야기할지 모를 디스토피아를 경고하는 상황에서 가톨릭 총본산이 구체적 매뉴얼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교황과 교회가 최소한 AI의 미래를 신의 손에만 맡기려는 건 아닌 듯하다"고 반겼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