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잎사귀를 모아 균류를 재배하는 가위개미의 농사 습성은 6600만 년 전 벌어진 지구 대멸종이 결정적 계기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미스소니언국립자연사박물관(SNMNH) 및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 생명과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11일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이달 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먼저 소개됐다.
농업은 인류의 발명품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곤충은 훨씬 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개미가 대표적이다. 특히 북아메리카 동남부에서 중남미에 걸친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가위개미는 솜씨 좋은 농사꾼으로 유명하다.
가위개미는 나뭇잎을 잘라 둥지로 가져가 균류를 재배하고 수확한다. 최신 유전자 연구에서는 가위개미들이 특정 균류만 골라 키운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다만 가위개미와 균류의 공생관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자세한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가위개미를 비롯해 농사를 짓는 개미 종과 균류의 방대한 DNA 조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개미의 농사는 공룡을 사라지게 한 약 6600만 년 전 대멸종이 계기일 수 있다는 뜻밖의 가능성이 떠올랐다.
SNMNH 곤충학자 테드 슐츠 박사는 "장기간 연구에서 균류 475종과 개미 276종의 DNA 분석이 차근차근 이뤄졌다"며 "가위개미와 같이 농사를 짓는 일부 개미들의 공통된 조상은 아무래도 백악기 말에 일어난 대멸종을 경험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박사는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농사를 짓는 개미들의 조상은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한 시대를 살았을 것"이라며 "대멸종의 원인 중 하나로 생각되는 소행성 연구에 따르면 충돌 후 대기중에 발생한 대량의 먼지로 태양빛이 차단돼 식물은 2년이나 광합성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소행성 충돌로 식물이 궤멸되고 새로 난 것들도 거의 성장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구상에 널린 동물 사체를 통해 균류가 쉽게 번식했다고 봤다. 즉 가혹한 시기를 견디기 위해 농사짓는 개미의 조상은 균류를 먹게 됐고, 만약에 대비해 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테드 슐츠 박사는 "조직화된 농업을 하는 개미의 대부분이 출현한 것은 에오세(시신세)의 끝, 그러니까 대략 3300만 년 전"이라며 "이유는 불명확하나 농업개미가 진화한 미국 열대지역이 기후변화로 건조해졌고 먹을 수 있는 야생 균류가 줄자 이를 자력으로 재배하는 개미들이 유리해진 것 같다"고 추측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