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코로나19 여파에도 극장을 장악하며 흥행신드롬을 일으킨 ‘귀멸의 칼날’. 극장판 흥행수입이 무려 300억엔을 넘볼 기세지만 수익이 작품에 참여하는 일부에게만 쏠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닛칸 SPA!는 15일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전직 애니메이션 원화맨 나카무라 다이고(가명, 43세) 씨와 나눈 인터뷰를 공개했다. 해당 기사에서 나카무라는 애니메이션이 아무리 성공해도 수입이 자신 같은 원화맨들에게는 절대로 분배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은 작품이 흥행해도 벌어들인 돈 대부분이 제작사나 프로듀서 몫으로 돌아간다. 애니메이터는 사원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취급을 받으므로 손에 쥐는 돈이 별로 없다.

나카무라 씨는 “평소 작업 단가를 시장에서 적정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데, 작화의 질도 속도도 높은 에이스급 원화맨조차 한 달에 몇백 시간 일해야 월수입 100만엔을 받는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제 신인 시절 월 노동시간이 과로사 라인의 갑절인 400시간이었다”며 “동영상 한 장의 단가가 170엔, 월수입은 최고 17만엔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수십 년 지난 지금도 단가는 240엔에 불과하다. 저는 결국 과로로 앰뷸런스에 실려가던 날 애니메이터를 관뒀다”고 덧붙였다. 

애니메이션 흥행역사를 새로 쓰는 '귀멸의 칼날' <사진=영화 '귀멸의 칼날 극장판: 무한열차편' 스틸>

애니메이터는 원화맨과 원화와 원화 사이의 움직임을 그리는 동영상맨으로 나뉜다. 동영상맨으로 경험을 쌓은 뒤 기량을 인정받으면 원화를 맡는 식이다.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카메라가 바뀔 때까지를 한 컷으로 치고, 단가를 일률적으로 4000엔으로 정했다. 캐릭터가 말을 할 뿐 움직임이 적은 컷이라면 한두 시간이면 완성되지만 뛰거나 액션 등 복잡한 상황을 묘사하려면 한 컷에 꼬박 이틀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컷당 가격이 일률적이다 보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한 애니메이션 제작 관계자는 “일본이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국가라는 인식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할리우드 애니가 약진한 점도 있지만, 이런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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