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 유생(planula)은 건강한 산호초의 소리에 이끌려 정착한다는 가설이 실험에서 입증됐다. 병든 산호가 건강한 산호초의 소리로 복원된다는 놀라운 사실도 밝혀졌다. 

미국 우즈홀 해양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기 실험 보고서를 13일 공개했다. 산호초 생장과 주변 환경, 특히 소리의 영향에 주목해온 연구소는 세계 주요 해역의 산호군락 주변 소리를 녹음·분석해 왔다.

산호나 말미잘 등 자포동물은 유생 형태로 바다를 떠돌다 적당한 곳에 붙어 적응하고 자라난다. 산호군락은 광합성을 통해 지구 환경을 유지해 주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보고로 이미 잘 알려졌다. 다만 온난화와 환경오염 등 다양한 영향으로 대규모 산호군락이 사라지는 실정이다.

산호초 군락은 해양, 나아가 지구 전체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산호 유생이 다른 산호가 내는 소리에 반응한다는 학자들의 가설에 주목했다. 건강한 산호가 내는 소리를 이용해 유생을 유도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세인트존 앞바다 산호초 군락에 수중 스피커 3대를 설치했다.

이후 연구팀은 1번 스피커에서 건강한 같은 종의 산호초 소리를 재생했다. 2번 스피커에서는 손상된 산호초의 소리, 3번 스피커에서는 건강한 다른 종의 산호초 소리를 틀었다. 이후 산호 유생이 어디로 모이는지 각 스피커로부터 최대 30m 범위까지 관찰했다.

그 결과 건강한 같은 종의 산호초 소리를 재생한 1번 스피커 주변은 2, 3번 스피커에 비해 정착한 유생 수가 1.7배나 많았다. 스피커와 멀어질수록 유생의 정착률이 떨어지는 점도 확인됐다. 실험 과정에서는 건강한 산호초 소리에 노출된 병든 산호가 회복하는 사실도 파악됐다.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산호군락 유지가 중요하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스피커를 통해 일정한 시간 같은 종의 건강한 산호초 소리를 들려주면 유생의 성장이 촉진되고 거기 모여드는 물고기의 수도 증가했다”며 “이번 성과는 산호초를 복원하기 위해 개발된 다른 어떤 방법보다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수질오염 등의 영향으로 점차 사라져가는 산호초를 우리가 발견한 방법으로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고안된 다른 기술들과 응용하면 효과는 더 클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학계는 건강한 산호의 정착을 촉진하는 데 소리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가설이 이번 실험으로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향후 산호군락의 보호에 이번 연구 결과를 적극 활용하자는 주장도 벌써 제기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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