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인의 무덤에서 무려 2000년 된 와인이 발견됐다. 액체 상태로 보존된 와인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어서  고고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스페인 코르도바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24일 발굴 보고서를 공개하고 안달루시아 주 카르모나의 민가 개축 공사 현장에서 출토된 화이트와인을 소개했다.

이 와인은 망자를 안치한 유골함 내부에서 나왔다. 적갈색 액체인 관계로 처음에는 레드 와인으로 생각됐으나, 성분 분석 과정에서 화이트와인으로 판명됐다.

2000년 된 고대 로마인 무덤에서 나온 와인. 적갈색이지만 성분 분석 결과 화이트와인으로 판명됐다. <사진=코르도바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코르도바대 고고학자 다니엘 코사노 교수는 "액체 상태로 발견된 것 중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와인은 1867년 독일 슈파이어 근교의 로마시대 무덤에서 발굴된 325년경의 것"이라며 "이번 화이트와인은 이보다 300년은 오래된 것으로 관련 기록을 크게 앞당겼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와인이 보관된 무덤은 도굴꾼이 파헤치지 않아 온전한 상태였다. 무덤 내부에서 매장용 구덩이 8개가 확인됐고, 6개에서 석회암과 사암, 유리, 납 등으로 만든 유골함이 나왔다. 각 유골함에는 화장한 것으로 보이는 유골이 담겼고, 2개에는 이름도 적혀 있었다.

코사노 교수는 "원래 무덤은 2019년 발견됐고 5년에 걸쳐 발굴 및 조사 활동이 이어져 왔다"며 "유골함 중 하나에서 파출리 오일로 만든 향수가 나와 지난해 학계가 떠들썩했는데, 이보다 더 진귀한 물건이 숨어있었다"고 설명했다.

민가 개축 공사 현장에서 발굴된 지하 묘실. 꽤 넓은 규모이며 다양한 부장품이 나왔다. <사진=코르도바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어 "유골함과 함께 묻힌 유리용기는 약 5ℓ 용량이며 성분 분석 결과 pH(수소 이온 농도 지표)는 7.5로 순수한 물과 비슷했다"며 "항산화 작용으로 알려진 폴리페놀이 7종류나 검출됐는데, 이를 안달루시아 지방 와인의 것과 비교했더니 딱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용기 속 액체가 붉은색임에도 레드와인 색소가 분해돼 생기는 시링산이 나오지 않은 점이 화이트와인임을 증명한다는 입장이다. 색상이 붉게 변한 것은 매장 2000년이 지나면서 유골 등과 화학반응한 결과라고 추측했다.

코사노 교수는 "액체는 아니지만 와인을 담은 항아리라면 더 오래된 5000년 전 것이 고대 이집트 여왕의 무덤에서 발견됐다"며 "다만 이번 와인은 액체 상태로 남았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유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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