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개 케르베로스(Cerberus, 켈베로스)가 선명하게 그려진 무덤이 이탈리아에서 발굴됐다. 케르베로스는 지옥의 문을 지킨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머리 셋 달린 괴물이다.

이탈리아 문화부(Ministero della Cultura)는 이달 초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이탈리아 캄파니아 주 줄리아노 시 모처에서 케르베로스 그림이 시선을 끄는 무덤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프레스코 양식의 케르베로스 그림은 봉인된 묘실 벽면에 그려졌다.

발굴에 참여한 고고학자 발렌티나 루소는 "묘실은 보존 상태가 아주 좋다. 당연히 케르베로스 그림도 멀쩡했다"며 "망자의 안식처에 명계의 문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케르베로스가 그려진 것은 아주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하데스가 다스리는 명계의 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 헤라클레스(왼쪽)와 헤르메스도 함께 그려졌다. <사진=이탈리아 문화부 공식 트위터>

케르베로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 하데스가 다스리는 명계를 지키는 문지기다. 헤라클레스도 진땀을 뺄 정도로 괴력을 가진 괴물로 묘사된다. 고고학자들은 시신을 안치한 묘실에 케르베로스가 그려진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흥미를 보였다.

이탈리아 문화부 관계자는 "원래 줄리아노 시는 로마시대 다양한 매장지가 밀집한 유적지"라며 "그간의 조사에서 당시 사람들은 망자를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등 다양한 장례 의식을 가진 점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케르베로스 그림이 나온 무덤은 완전한 봉인을 위해 응회암 석판을 덧붙였다"며 "크고 두꺼운 응회암 석판 뒤에 드러난 묘실은 아주 넓고 쾌적하며 케르베로스를 비롯해 다양한 프레스코화가 벽과 천장을 장식했다"고 덧붙였다.

주인이 누군지 밝혀지지 않은 묘실 벽과 천장에는 켄타우로스도 그려졌다. <사진=이탈리아 문화부 공식 트위터>

고고학자들은 케르베로스 왼쪽에 그려진 인물은 헤라클레스, 오른쪽은 전령의 신 헤르메스로 추측했다. 즉 이 그림은 명계의 파수견 케르베로스를 제압해야 하는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중 마지막 상황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발렌티나 루소는 "묘실에는 케르베로스 외에도 화려한 물고기 꼬리가 붙은 켄타우로스 두 마리와 그리스 병사 등 신화 속의 다양한 장면이 그려져 있다"며 "무덤에는 값진 부장품도 엄청나게 많아 안치된 망자가 상당한 권력가 또는 재력가임을 짐작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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