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에티오피아늑대가 꿀벌이나 나비처럼 식물의 수분 사이클에 도움을 준다는 의외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야생동물 연구팀은 에티오피아늑대가 식물들의 수분을 도와 결과적으로 생태계 유지에 일조한다는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에티오피아늑대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2011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했다. 이 늑대는 에티오피아 열대우림의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만 서식하며 지난해 말 기준 500마리 미만이 확인됐다.
잘 알려진 것처럼 식물의 수분은 꿀벌이나 나비가 도맡는다. 벌과 나비는 먹이인 꿀을 모으기 위해 꽃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꽃가루를 운반해 수분을 매개한다. 이런 동물을 화분 매개자(폴리네이터)라고 부르는데, 늑대가 수분 사이클을 돕는다는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관계자는 "식물의 수분은 삼나무 등과 같이 바람으로 꽃가루를 운반하는 풍매, 해초류와 같이 물줄기에 의해 꽃가루를 뿌리는 수매가 있다"며 "종자식물은 약 90%가 동물에 의존하는 동물매이며, 폴리네이터를 대표하는 벌은 종자식물 수분의 무려 80%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꿀벌이나 나방 등 곤충 이외의 폴리네이터로 잘 알려진 것은 박쥐"라며 "그 밖에 꽃의 꿀을 빨아먹는 조류나 여우원숭이, 도마뱀도 일부 식물의 폴리네이터가 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늑대는 전례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폴리네이터가 되는 포유류는 대부분 소형이고 아무리 커도 중형이다. 대형인 데다 육식을 하는 에티오피아늑대가 수분에 관여한다는 사실에 학자들은 큰 흥미를 보였다.

조사 관계자는 "에티오피아와 30년 넘게 진행 중인 보호 프로그램 과정에서 에티오피아늑대가 꽃의 꿀을 먹는 상황이 몇 차례 관찰됐다"며"육식을 즐기는 에티오피아늑대가 단 것을 매우 좋아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관찰 조사 과정에서 에티오피아늑대가 오랜 시간 꽃밭에서 지내며 꽃가루를 날리는 사실과 약 30종의 꽃을 오가며 수분을 돕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식물의 폴리네이터는 정해진 종이 있다는 학자들의 편견을 깼다고 평가했다. 폴리네이터와 관련된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곰 등 잡식성 동물의 생태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역설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