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도착한 인류 중에는 중국 대륙 출신이 끼어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과학원 쿤밍동물학연구소(Kunming Institute of Zoology)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성과를 일반에 공개했다. 아메리카 대륙의 첫 이민자들의 정체는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연구소의 주장은 대번에 학계 관심을 끌었다.

이 연구소의 인류학 연구팀은 10년에 걸쳐 유라시아 대륙의 현대인 DNA 샘플 10만 개와 고대인 샘플 1만5000개를 조사했다. 그 결과 현대인 216명과 고대인 39명이 서브 하플로그룹 D4h(Subhaplogroup D4h)에 속한 것을 알아냈다. 하플로그룹은 분자생물학으로 측정한 DNA의 변형 정도에 따라 구분된 유전자 집단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첫 이주민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DNA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사진=pixabay>

이들 샘플의 지리적 위치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거친 연구팀은 D4h의 기원과 분포 역사를 재구성하고 오랜 세월 서서히 생긴 변이까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중국 대륙으로부터 아메리카 대륙으로 두 차례 이동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첫 번째는 최종 빙기 극대기인 2만6000~1만9500년 전"이라며 "이 시기는 빙상 면적이 최대에 달하는 등 중국 북부가 사람이 살기에 최악의 조건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는 빙하가 융해한 1만9000~1만1500년 전으로 인구 증가에 따라 이주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두 경우 모두 아메리카 대륙까지 태평양 연안부를 배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아메리카 원주민 중 하나인 인디언. 아메리카 대륙은 다양한 이민족의 터전이 됐는데, 최초 이주민을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계속된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2차 이주에서 중국 북부 연안부에서 유래한 유전 그룹의 서브타입이 일본인(조몬인)과 원주민 아이누까지 분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일본에도 중국 대륙의 정착민이 이주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아메리카 대륙과 중국, 일본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창이나 화살이 서로 유사한 미스터리가 비로소 풀렸다고 강조했다.

아메리카 대륙의 첫 이주자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전 연구에서는 현재의 러시아와 알래스카를 잇는 베링해협이 육지로 이어졌던 신생대, 베링육교를 건넌 고대 시베리아인이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의 유일한 조상으로 여겨졌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연구에서는 아시아에서 도래한 인류가 멕시코와 브라질, 볼리비아, 에콰도르, 칠레 등 현재 아메리카 대륙의 인구를 형성한 고대인의 계통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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