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우주 공간에 노출된 인간의 뇌 신경망에 뚜렷한 구조 변화가 야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벨기에 앤트워프대학교 연구팀은 지구와 다른 우주 환경이 인간의 뇌 신경망을 재배치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18일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Neural Circuits’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민간 업체까지 참가하며 우주 개발 열기가 뜨겁지만, 미지의 우주 공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지구와 전혀 다른 우주 공간은 인체에 적잖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돼 왔다. 빈혈과 근력 저하, 체온 상승, DNA에 대한 항구적 변화 등이 밝혀졌지만 아직 모르는 것들이 훨씬 많다.
연구팀은 우주 공간이 야기하는 신체 변화 중 뇌에 주목했다. 실제 우주비행사 12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기획한 연구팀은 평균 172일에 달하는 우주 체류 기간과 지구 귀환 직후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이미지를 면밀히 분석했다.
특히 연구팀은 파이버 트랙트 그래피(FT)라는 첨단 뇌 촬영 기술을 동원했다. FT는 신경경로 3D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어 복잡한 전선 같은 뇌 신경망 구조를 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그 결과 일부 비행사의 뇌는 우주 공간에서 감각과 운동에 관련된 신경 변화가 관찰됐다. 지구로 귀환한 뒤 점차 완호됐지만 7개월이 지나도록 뇌가 비정상적인 경우도 있었다.
연구를 이끈 신경과학자 플로리스 와이츠 교수는 “뇌 신경망 재배치의 원인은 인체가 미중력 하의 생활에 적응하려 한 결과로 추측된다”며 “우주가 운동 감각이나 뇌의 신체 제어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 이번에도 증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FT 덕분에 뇌 신경세포가 우주에서 변화하는 모습이 상세하게 관찰됐다. 연구팀은 당초 미중력이 좌우 대뇌반구가 연결되는 뇌량(corpus callosum)에 영향을 준다고 여겼지만 FT 촬영 결과 뇌량 옆에 있는 뇌척수액으로 채워진 공동, 즉 뇌실이 확대되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냈다.
와이츠 교수는 “우주비행사의 뇌가 커지는 이유는 뇌량의 구조적 변화가 아닌 뇌실의 팽창이었다”며 “이 영향으로 주변 신경조직의 해부학적 변화까지 야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실한 것은 인체가 우주의 가혹한 환경에 적응하려 한다는 사실”이라며 “우주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FT 기술로 규명하려는 시도는 이제 막 시작됐다. 향후 보다 많은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뇌는 가소성, 즉 외부 요인으로 인한 영구적 변형이 가능한 장기다. 연구팀은 우주에서 뇌의 신경망이 재배치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추가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