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운동이 촉발한 미국 할리우드에 보다 효과적이고 간편한 성범죄 신고제도가 도입된다. 베드신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성범죄를 방지하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도 한층 늘어난다.

전미배우노동조합(SAG-AFTRA)은 29일(현지시간) 공식채널을 통해 배우나 스태프 등 영화인을 상대로 한 각종 성범죄를 스마트폰 애프리케이션으로 신고하는 ‘세이프 플레이스’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조합은 촬영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성범죄를 예방하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Intimacy Coordinators) 시스템도 강화한다.

우선 조합은 배우나 스태프가 안심하고 일하는 현장을 위해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는 스마트폰 및 태블릿 전용 앱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조합 공식 웹사이트 전용 페이지를 통한 신고도 그대로 진행한다.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를 막기 위해 전미배우조합이 제도를 강화한다. <사진=pixabay>

조합은 성추행이나 성폭력 피해의 신고 방법을 3가지로 나눴다. 익명으로 진행하는 투고가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신고자가 신상을 밝히되 조합이 아예 개입하지 않는 방법이다. 마지막은 신고자 신상을 밝히되 신고자 준비가 되기 전까지 조합이 개입하지 않는 방법이다. 피해자는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택하면 된다. 직접 피해를 본 사람은 물론 목격자 역시 신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신고 내용 검토는 성희롱 및 성폭력 피해에 관한 트라우마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다룬다. 피해자가 최선의 조치 및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전문가도 팀에 포함된다. 특히 조합은 복수의 피해자들로부터 신고가 들어온 인물의 경우 그 신상과 가해 내용을 할리우드는 물론 관련된 모든 단체가 공유하도록 조치했다.

배우와 스태프 모두 호평하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채용과 육성을 한층 강화한다. 2020년 1월 도입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베드신 촬영에 나서는 배우가 자칫 현장에서 성적 불쾌감을 느끼거나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전문가다. 보통 여성을 지켜주는 이들로 여기기 쉬운데, 성범죄 피해자가 남녀로 특정될 수 없기에 누구라도 이들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은 배우 에이사 버터필드 <사진=영화 '그리드' 스틸>

실제로 넷플릭스 인기드라마 ‘오티스의 비밀상담소’의 주인공 에이사 버터필드(24)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새로 도입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없었다면 안심하고 19금 촬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이들이 성범죄 예방은 물론 배드신 자체에 어려움이나 수치심을 느끼는 배우를 위해 연기 안팎의 다양한 조언해 준다”고 반겼다.

조합은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의 효과가 뚜렷한 점을 들어, 향후 이들의 인원을 늘리도록 전용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특화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연례 학회도 개최한다.

한편 조합은 성범죄를 목적으로 배우나 스태프를 호텔방 또는 자택으로 끌어들이는 일련의 행위를 엄금한다. 배우들이 노출신 촬영 전 제작진과 동등한 위치에서 진지하게 협상할 수 있도록 권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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