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영화 '트랜센던스(Transcendence)'에서 에블린(레베카 홀)은 연인이자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이 사망하자 그의 뇌를 슈퍼컴퓨터에 업로드, 디지털로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다. 

SF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이 기술은 어느새 현실화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는 이미 사용되고 있다. 바로 '챗봇(Chatbot)'이라는 기술이다.

챗봇은 텍스트나 음성을 통해 인간의 대화를 흉내내는 프로그램이다. 스케줄을 알려주거나 사람 대신 음식을 주문하고 고객 응대에도 활용할 수 있다. 사람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각종 데이터를 수집, 인공지능(AI) 훈련을 통해 그럴듯한 대화도 가능하다. 

망자를 살려내는 영화 속 기술 <사진=영화 '트랜센던스' 스틸>

이미 일부 회사는 챗봇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대신증권은 지난 1월 챗봇 '벤자민'을 통한 고객 문의가 5만3000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주요 문의 내용은 온라인 거래 매체 사용법 및 수수료 등으로, 벤자민은 현재 2000여개 영역에 대해 답변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죽은 사람을 디지털로 부활시키는 챗봇의 특허를 받았다고 최근 밝혔다. MS의 챗봇은 특정 인물의 데이터를 이용, 머신 러닝과 AI를 활용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다. 그야말로 '디지털 페르소나(인격)' 수준이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셈이다. 

디지털 부활에 관심을 보이는 건 MS뿐만이 아니다. AI 회사 이터나임(Eternime)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데이터를 포함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AI 지원 챗봇 기술을 발표했다. 2014년 열린 튜링 테스트(Turing test)에서는 러시아 과학자들이 프로그래밍한 '유진 구스트만(Eugene Goostman)'이 주목 받았다. 유진은 5분간 채팅으로 런던왕립학회심사위원의 33%로부터 인간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기계의 인격화에는 윤리적 문제가 동반된다. <사진=pixabay>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인터넷 여기저기에 AI가 흉내내기 충분한 데이터를 남기기 때문에 챗봇은 날로 인간을 닮아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챗봇이 윤리적으로 상당히 문제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MS 역시 이 같은 논란에 "챗봇 개발에 문제를 겪고 있으며, 당장 개발할 계획은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AI의 인격화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미국조차 현재 디지털 환생을 규제할 법률이 없다. 인간의 사망 후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대한 조항과 디지털 부활에 대한 권한은 놀랍도록 복잡하고 확실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사후가 아니라 생전에 챗봇 개발에 동의한다면 이 또한 막을 방법이 없다. 블랙 아이드 피스의 래퍼 윌아이엠(46)이 좋은 예다. 뭣보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챗봇은 상당히 유혹적이다.

과연 수년 내로 디지털 부활이 본격적으로 이뤄질까. 이번 MS의 발표는 AI 인격화와 윤리 논란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셈이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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