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즈믹 호러 크툴루 신화 속 크툴루(Cthulhu)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모양의 심해 생물이 처음 발견됐다. 학자들은 해새목 가시선인장(Sea pen)의 동료로 추측했지만 전혀 새로운 종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비영리 단체 ‘대양 탐사 트러스트(Ocean Exploration Trust, OET)’가 운용하는 해양 조사선 ‘EV 노틸러스(EV Nautilus)’는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크툴루 같은 길고 튼튼한 촉수를 여럿 가진 심해 생물을 공개했다.
OET에 따르면 이 생물은 가시선인장의 일종인 솔룸벨룰라(Solumbellula Sea pen)의 일종처럼 보이지만 그간 발견되지 않은 신종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생물은 미국령 하와이 서쪽으로 1500㎞가량 떨어진 존스턴 환초 해저에서 발견됐다. ‘EV 노틸러스’의 심해 탐사 장비가 수심 3000m 넘는 어두운 모래 위에서 우연히 포착했다.
조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생물은 심해 바닥의 모래에 주둥이를 꽂은 형태로 곧게 일어섰으며, 작은 촉수가 무수하게 박힌 다리(추정)를 움직여 헤엄쳤다. 다리는 꽤 두껍고 튼튼해 보여 알로에 같은 다육식물을 떠올리게 했다.
몸길이가 무려 2m에 달하는 이 생물은 몸통 중간부터 주둥이 끝까지 아주 길고 가느다란 것이 특징이다. 다리의 촉수들은 조수의 흐름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듯했다. 몸통은 윤기가 나는 반투명 질감의 피부로 덮여 신비로운 느낌을 줬다.
‘EV 노틸러스’ 관계자는 “말미잘이나 산호의 동료로 익숙한 가시선인장 내지 바다선인장의 일종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크다”면서도 “자포동물문으로 분류되는 이런 생물 중에 촉수가 박힌 튼튼한 다리를 가졌고 몸길이가 2m 내외로 큰 것은 발견된 사례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촉수로 보이는 기관들은 저마다 역동적으로 꿈틀거렸다. 어찌 보면 우아한데 상당히 섬뜩하기도 했다”며 “신종일 가능성이 큰 만큼 채취한 샘플을 대상으로 자세한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V 노틸러스’는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며 다양한 해양생물을 탐사하고 있다. 특히 심해 연구를 통해 지구 생명체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