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chain saw, 전기나 엔진을 사용하는 자동톱의 총칭) 하면 사람들은 뭘 떠올릴까. 가장 일반적인 것이 영화 '13일의 금요일'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살인무기가 아닐까 한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이 대번에 생각난다는 사람도 있겠다.

토목공사부터 공예, 정비 및 제작에 폭넓게 사용되는 전기톱은 사실 병원용으로 탄생했다. 18세기 후반 스코틀랜드의 두 외과의사는 임산부가 난산일 경우 목숨이 위태로운 점을 고민하다 전기톱을 고안했다.

외과의사 존 에이킨과 제임스 제프레이는 산모와 아기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다양한 상황을 겪으며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고민했다. 출산이 워낙 변수가 많지만 아이가 산모의 골반 뼈대에 걸려 난산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는 데 주목했다.

체인소 <사진=pixabay>

두 의사는 머리 등 신체 일부가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전기톱의 원형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당시만 해도 수술실에 전기톱이 들어와 있다는 것 자체가 공포감을 줬지만, 존 에이킨과 제임스 제프레이는 오직 산모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집중했다.

당시 수술실에서는 난산일 때 산모의 연골이나 뼈를 절개하기 위해 외과용 칼을 동원했다. 하지만 신속하게 뼈와 조직을 열어 아이를 빼내기엔 부족했다. 외과용 칼보다 신속하고 확실한 장비가 필요한 상황에 두 사람의 아이디어가 결합된 전기톱이 등장했다. 

난산용 전기톱 덕분에 산모들은 고문과 같은 산통으로부터 보다 빨리 자유로워졌다. 수술용 전기톱은 개량을 거듭해 현재에 이르렀다. 참고로 두 의사가 개발한 전기톱에 의한 조치는 '치골결합절개술(symphysiotomy, 치골 결합의 연골을 절단, 골반 직경을 확장해 분만을 돕는 것)'로 명명됐다. 

이 전기톱은 재왕절개가 주류를 이루기 전까지 외과의사들의 필수품으로 여겨졌다. 시기적으로 19세기 전반에 걸쳐 이 전기톱이 난산에 사용됐다. 

참고로 최초의 전기톱을 두고는 또다른 설도 있다. 난산을 위해 개발된 것은 맞지만 가장 처음 만든 이는 독일 정형외과전문의 베른하르트 하이네라는 이야기다. 1927년 목공기술자가 선을 보인 전기톱이 최초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시기적으로 따지면 가장 늦다.

확실한 건 영화 속 무서운 이미지로 각인된 전기톱이 우리 실생활에선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개발된 전기톱은 이후 다른 목적으로 빠르게 발전을 거듭했다. 전기뿐 아니라 엔진을 착용한 체인톱도 속속 등장했다. 벌목에 특화된 전기톱 중에는 무게가 50kg에 달하는 것도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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