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목에서 내는 특유의 소리, 일명 '골골송'의 과학적 메커니즘이 조만간 밝혀질지 주목된다. 골골송은 고양이가 사용하는 대표적인 의사 표현으로 잘 알려졌지만 소리가 나는 구조는 동물학계의 수수께끼였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고양이 골골송은 사람의 목소리처럼 근육이 수축하며 나는 소리가 아니라 성대에 숨은 결합조직 구조에 의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골골송 같은 낮은 울음소리는 몸집이 크고 성대가 긴 동물이 낸다. 성대가 인간보다 훨씬 짧은데도 능숙하게 골골송을 내는 고양이들은 오래도록 학자들의 탐구 대상이었다.
학자들은 고양이의 골골 소리가 성대의 숨구멍인 성문을 일부러 붙여 초저음을 내는 발성 기법 엣지 보이스와 비슷하다고 봤다. 고양이 성대도 인간처럼 공기역학 구조이며, 뇌에서 일정 신호를 받으면 성문 주변의 근육이 떨리면서 골골 울린다는 가설이 힘을 받아왔다.
이 생각에 의심을 품은 연구팀은 병으로 죽은 고양이 8마리의 후두를 성대와 함께 적출했다. 숨을 불어 넣듯 성대를 가볍게 누른 채 습하고 따뜻한 공기를 주입하자 근육이 수축하지 않았는데도 고양이 성문은 살아있을 때처럼 25~30Hz의 저음을 냈다.
실험 관계자는 "몸집이 작은 고양이는 성대도 짧아 근육의 움직임 만으로는 높은 울음소리 밖에 낼 수 없을 것"이라며 "고양이 성대가 골골하고 저음을 내는 것은 특이한 결합조직 구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고양이 성대는 콜라겐과 경단백질의 일종인 엘라스틴 섬유로 만들어진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것이 높은 주파수를 억제하면서 특유의 골골송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고양이 성대가 이런 구조라는 것 자체는 전부터 알려졌지만 울음소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제대로 조사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골골송은 근육 수축과 무관하며, 고양이 성대의 결합조직 구조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만 확신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고양이를 대상으로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계는 고양이가 왜 골골 소리를 내는지 아직 완전히 규명하지 못했다. 고양이는 동료나 인간 등 자신 외의 개체와 의사소통을 위해 골골 소리를 낸다는 게 학자들의 추측이다. 고양이가 심적으로 안정되고 행복감을 느낄 때 골골송을 낸다는 주장은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