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4000종의 뱀은 공룡이 멸망한 5차 대멸종을 계기로 종의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배스대학교 생물학 연구팀은 뱀 조상들의 화석과 현재 뱀의 유전자를 대조 분석한 결과 뱀들이 소행성 충돌로 인한 5차 대멸종 당시 위기를 맞았으며, 이를 계기로 생존전략을 다양화했다고 결론 내렸다.

지금까지 생물학자들은 약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이 야기한 5차 대멸종의 충격이 공룡을 사라지게 할 만큼 어마어마했지만 몸집이 작은 양서류나 뱀 등 파충류는 비교적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추정했다.

5차 대멸종에도 살아남은 뱀의 생존력에 궁금증을 품은 연구팀은 고대 뱀 화석과 현재 뱀들의 유전자 차이를 분석, 진화 과정을 재구축했다. 그 결과 현재 뱀의 조상은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 당시 불과 5~6종만 살아남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연구팀 관계자는 “기존 지식으로는 5차 대멸종 당시 양서류, 파충류 같은 그룹은 공룡에 비해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추정돼 왔다”며 “유전자 분석 결과 중생대 백악기 말의 5차 대멸종은 뱀의 씨를 거의 말릴 뻔했다”고 설명했다.

5차 대멸종을 계기로 종의 다양성을 확보한 것으로 추측되는 뱀 <사진=pixabay>

뱀 조상의 기원은 보통 1억년 이상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구상에 원시 파충류가 등장한 때는 고생대 석탄기(3억6000만~2억8600만년 전)로, 거북과 도마뱀 순으로 원시 파충류가 지구상에 출현했다. 원래 다리가 있던 뱀은 진화 과정에서 점차 현재 형태를 갖게 됐는데, 그간의 연구에서는 1~5차 대멸종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다고 여겨졌다.

이에 대해 연구팀 관계자는 “소행성 충돌 후 지구는 폐허가 됐고 먹이도 부족했다”며 “특히 일사량이 대폭 줄면서 지구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식물조차 제대로 성장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이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차 대멸종을 계기로 엄청난 위기를 맞은 뱀은 땅속으로 은신해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했다”며 “장기간 먹이를 먹지 않아도 버틸 수 있고 적의 의표를 찔러 사냥하는 능력은 이 무렵 발달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뱀이 지구의 척박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종의 다양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공룡을 포함한 강력한 경쟁자들이 사라지면서 뱀들은 새로운 서식지에 진출했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독뱀, 코브라, 비단뱀, 보아 등 종이 다양해졌다는 설명이다.

약 6600만년 전의 소행성 충돌은 공룡을 사라지게 할 정도로 지구 생태계에 큰 충격을 줬다.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괴멸적인 대멸종은 아이러니하게도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형태로 자연에 큰 영향을 줬다”며 “뱀들은 이전에 경쟁상대에 의해 채워졌던 틈새에 새롭게 진출하면서 급격한 종의 다양화를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4000여 종에 가까운 오늘날의 뱀의 약 20%는 지난 10년간 발견된 새로운 종이다. 매년 10여 종이 새로 발견될 정도로 뱀은 엄청난 번식력과 종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팀 관계자는 “사막이나 열대우림, 목초지, 심해 등 아주 다양한 곳에 서식하는 뱀의 생활력은 대멸종 사태로 습득한 것”이라며 “곤충과 물고기, 개구리, 새, 심지어 사람까지 잡아먹는 뱀은 못 가는 데가 없고 살지 못하는 환경이 없을 정도로 무서운 적응력을 자랑한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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