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감독 겸 배우 존 휴스턴의 블랙코미디에 실제 사람 머리가 소품으로 동원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미국 조지아주 머서대학교 크레이그 바이런과 애덤 키퍼 교수는 이 학교가 40년 가까이 소유하던 두부 형태의 소품이 실제 사람의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 머리는 존 휴스턴의 1979년 블랙코미디 ‘와이즈 블러드(Wise Blood)’에 사용됐다. 두개골 속이 돌로 채워진 채 미라처럼 건조된 이 머리를 제작진은 실제 사람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바이런 교수와 키퍼 교수는 머리를 정밀 조사한 끝에 인체 조직을 검출했다. 정밀한 3D 모델을 만들고 CT스캔과 조직검사 등 연구를 거친 성과였다.

히바로족과 수아르족이 만든 싼사 <사진=Smithsonian Channel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The Reason This South American Tribe Shrunk Their Enemies' Heads' 캡처>

학교가 소장 중이던 머리는 “진짜 사람의 것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제기되면서 연구대상이 됐다. 머리 모양을 유심히 관찰하던 역사학자와 생물학자들이 수아르족과 히바로족 원주민 머리 형태와 상당히 닮았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문제의 머리는 아마존강을 따라 자리한 에콰도르와 페루 원주민과 관련됐다. 이 지역의 히바로족과 수아르족은 다양한 용도로 사람 머리를 잘라내 건조했다. 이를 ‘싼사(tsantsa)’라고 불렀는데 영어로는 ‘shrunken head’, 즉 쪼글쪼글한 머리로 풀이된다.

바이런 교수는 “이 머리는 히바로족과 수아르족이 즐겨 제작한 일종의 기념품”이라며 “두 부족은 전쟁에 패한 적의 머리나 원숭이, 나무늘보의 머리를 잘라 건조한 뒤 장식하거나 의식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와이즈 블러드'의 한 장면 <사진=영화 '와이즈 블러드' 스틸>

그는 “싼사는 머리를 삶고 눈과 입을 꿰맨 뒤 내부를 뜨거운 돌로 채워 서서히 건조시켜 완성한다”며 “이 머리들은 19세기 무렵 세계 암시장에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였다”고 덧붙였다.

키퍼 교수는 “싼사가 해외의 부유한 수집가들로부터 인기를 끌자 1800년 중반부터 1900년 초 암시장 가격이 뛰었다”며 “수요가 늘자 히바로족은 머리를 얻기 위해 다른 부족과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교수는 “아직도 싼사를 암시장에서 찾는 사람이 있다”고 귀띔했다.

‘와이즈 블러드’는 미국 유명 소설가 플래너리 오코너가 1952년 펴낸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보수적 집안서 자란 청년 헤이젤 모츠가 전쟁을 경험한 뒤 기존 종교를 부정하며 벌어지는 상황을 그렸다. 이야기 흐름 상 아마존 원주민의 종교와 머리가 등장하는데, 문제의 싼사가 소품으로 동원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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