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초신성 폭발 당시 물이 대량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영향으로 빅뱅 직후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새로운 주장에 학계가 주목했다.
영국 포츠머스대학교 천체물리학 연구팀은 논문 저장소 아카이브(arXiv) 최신판에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주는 현재 물이 풍부하지만 빅뱅으로 막 탄생한 직후에는 수소와 헬륨으로 가득했다. 따라서 별 내부에서 원소합성이 일어나 생명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려야 했다고 학자들은 여겨왔다.

연구팀은 태양의 13~200배 질량을 가지는 종족 III 항성이 초신성이 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했다. 태양 질량 13배 정도의 비교적 작은 항성이 수명을 다하면 중력붕괴 초신성이라는 전형적인 최후를 보이는데, 질량이 태양의 150배가 넘으면 매우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쌍불안정형 초신성(pair-instability supernova, PISN)이 된다.
천문학에서 항성은 금속의 양과 연대에 따라 구분한다. 태양처럼 금속이 많고 젊은 항성은 종족 I, 금속이 적고 비교적 오래된 경우는 종족 II, 금속이 거의 포함되지 않는 우주의 첫 세대 항성은 종족 III다.
조사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항성이 폭발하면 그 잔해 속에 수소나 산소 등 원소로 된 농밀한 구름이 형성됐다는 사실”이라며 “이 고밀도 분자 구름에는 많은 양의 물이 포함되며, 어떤 경우에는 현재 우리은하 내에 떠다니는 물의 최대 30배 밀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실험 결과로 볼 때 빅뱅으로부터 1억~2억 년 후 초기 우주에는 생명의 주요 성분이 이미 존재했을 것”이라며 “물이 최초 은하의 주요한 구성 요소였을 가능성 역시 높다”고 강조했다.
이전 논문에서는 빅뱅으로부터 3억5000만 년 후 탄소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일련의 연구 결과는 기존 예상보다 빠른 시기의 우주가 생명의 구성요소를 갖췄음을 생각하게 한다.
일부 학자는 만약 초기 초신성 폭발로 많은 물이 생성됐다면 현재 우주는 더 많은 물로 넘쳐나야 한다고 봤다. 연구팀 역시 “최초 은하의 가혹한 방사선 환경에서 얼마나 많은 물이 살아남았는지는 아직 해명되지 않았다”고 여지를 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