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바깥쪽에 자리한 천왕성과 해왕성의 진정한 색상을 행성 학자들이 처음으로 특정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패트릭 어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천왕성과 해왕성의 최대한 현실적인 색상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름에서 짐작 가능하듯 천왕성과 해왕성 모두 파란색 계열의 아름다운 행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행성 색상 모델에 허블우주망원경과 칠레 파라날 천문대 초대형망원경(VLT)의 관측 데이터를 적용해 천왕성 및 해왕성의 정확한 색상을 뽑아냈다. 이들이 확정한 천왕성과 해왕성은 녹색을 띤 연한 파란색이며, 해왕성 쪽이 푸른색이 다소 강한 것을 제외하면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흡사하다.

패트릭 어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잘못 알아 온 천왕성과 해왕성의 색상을 바로잡아줄 것"이라며 "특히 천왕성 극지와 적도 환경의 차이와 같은 관측이 어려운 먼 행성의 환경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학교에서 배웠을 천왕성(왼쪽) 및 해왕성의 색상. 양쪽 다 파란색 계열이며 해왕성 쪽이 짙은 청색이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천왕성과 해왕성은 태양계의 가장 바깥쪽을 공전하는 거대한 얼음 행성이다. 누구나 두 행성이 대체로 파란색이라고 학교에서 배우는데, 이는 각 행성의 대기에 포함된 메탄이 빨간색 다음으로 녹색 빛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두 천체의 색상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행성 탐사선 '보이저 2호'의 촬영 이미지가 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도 비행 중인 '보이저 2호'는 1986년 천왕성, 1989년 해왕성에 접근해 사진을 촬영했다. 현재까지 두 행성에 접근한 탐사선은 '보이저 2호' 뿐이다.

패트릭 어윈 교수는 "어떤 과학 장비가 얻은 정보를 강조하기 위해 특정한 색상을 강조하는 것은 과거 천문학은 물론 전반적인 과학 영역에서 흔한 일이었다"며 "해왕성은 표면의 구름이나 바람 등을 강조하기 위해 대비(콘트라스트) 보정을 과하게 하다 보니 실제보다 파랗게 묘사됐다"고 지적했다.

보이저 2호의 1980년대 관측 정보를 바탕으로 제작된 천왕성 및 해왕성의 이미지(1).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이 육안으로 본 현실적인 색상을 구현한 천왕성과 해왕성(2) <사진=옥스퍼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교수에 따르면, 처음 해왕성 이미지가 공개될 때는 색상이 보정됐다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다만 언젠가부터 이것이 사라졌고 사람들은 그대로 천왕성이 더 옅고 해왕성이 짙은 파란색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연구팀은 육안이 관찰하는 현실적인 천왕성과 해왕성의 색상을 얻기 위해 허블우주망원경의 우주망원경영상분광카메라(STIS) 및 VLT의 광시야 분광기 뮤즈(MUSE)가 얻은 관측 데이터를 활용했다. 단순한 계산을 통한 색상 정보만으로는 육안으로 보는 실제 색상을 재현하지 못하므로 이를 보완할 모델도 동원했다. 

패트릭 어윈 교수는 "우리 눈의 눈 세포가 빛의 파장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본 2019년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 눈에서 행성의 색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모델을 개발했다"며 "'보이저 2호'와 허블우주망원경의 광시야카메라3(WFC3)로 촬영된 이미지 활용해 현실성을 가능한 높였다"고 말했다.

우리가 접하는 천체 사진은 관측 장비의 특성에 따라 임의로 착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행성과학에서는 어떤 천체의 특성을 제대로 알기 위해 정확한 색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pixabay>

육안으로 봤을 때 가장 현실적인 천왕성과 해왕성의 색상은 모두 약간 녹색을 띤 연한 파란색이란 게 연구팀 결론이다. 해왕성 쪽이 대기 중에 포함된 안개 층이 얇고 그만큼 적색이나 녹색 파장이 잘 흡수되는 특징도 반영했다. 천왕성은 기존 색상과 거의 같은 반면 해왕성의 청색은 훨씬 옅어졌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천왕성과 해왕성의 색깔에 얽힌 오랜 오해를 푸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연구가 천왕성의 색상이 조금씩 변화하는 이유 역시 해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천왕성은 약 84년에 걸쳐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데, 미국 로웰천문대가 1950~2016년 잡아낸 천왕성의 청색과 녹색 빛 관측 데이터는 이 행성이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변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학자들은 천왕성이 하지와 동지에 녹색이 짙어지는 반면, 춘분과 추분에는 청색이 짙어지는 것을 알아냈다. 원인으로는 천왕성의 자전축 기울기가 거론돼 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nt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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