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최대 난제로 여겨지는 성격의 진화를 이루기 위해 죄수의 딜레마 같은 게임 이론이 유효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죄수의 딜레마는 협력하면 서로 윈윈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이익만 추구해 모두 불리한 결과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나고야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챗(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이용해 생존 경쟁을 붙인 결과, 범죄의 딜레마 없이 서로 협력했다고 밝혔다.

현재 AI 전문가들은 SF 영화에서 구현한 것처럼 인간과 같은 성격을 갖고 사람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사람처럼 상황에 따라 유연한 사고를 보여주고 성격의 진화를 이루는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로 여겨진다.

이익을 독차지할 생각에 자신과 공범자 모두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죄수의 딜레마 같은 게임 이론이 AI의 성격 발달에 유효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나고야대 연구팀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에 성격을 할당하고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부여해 서로 생존 경쟁을 벌이게 했다. 처음에는 이기적이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던 AI들은 시간이 흐르자 서서히 팀워크를 중시하고 협조하는 유동적인 성격으로 진화했다.

연구를 주도한 나고야대 스즈키 레이지 교수는 "죄수의 딜레마는 인간 심리를 잘 보여주는 게임 이론"이라며 "여의치 않은 현실 세계의 상황을 잘 설명하는 죄수의 딜레마를 인공지능에 대입한 결과는 생각보다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실험에서는 AI끼리 협력 또는 배신할지 선택하게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며 "좋은 성적을 얻은 AI는 그만큼 많은 자손을 남기게 했는데, 몇 세대에 걸쳐 생존 경쟁을 거듭한 AI는 자기 이익만 추구하다 점차 팀워크를 중시했다"고 덧붙였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심지어 사랑하는 감정까지 느끼는 로봇 이야기 '바이센테니얼 맨'. 24년 전 제작된 SF 영화 속 세상이 조만간 실현될지 모른다. <사진=영화 '바이센테니얼 맨' 스틸>

연구팀에 따르면, AI들이 지나치게 협력적인 관계가 되면 과거의 자기중심적 성격을 다시 표출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결코 단 하나에 머물지 않는 인간 성격의 특징이 AI에서도 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즈키 교수는 "이번 실험은 인간과 AI가 병존하는 사회가 어떻게 설계돼야 바람직한지 생각하게 한다"며 "AI 성격의 변화는 인간의 성격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풀어내는 힌트도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사람이 실현 가능한 모든 지적 작업을 AI가 이해·학습·실행하는 범용 인공지능(AGI)는 언젠가 등장할 것"이라며 "인간과 대등한 수준의 AI가 인류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기 바란다면 AI 지침을 보다 확고하게 손질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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