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지구의 자전 속도가 점점 불안정해져 하루가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ETH 취리히) 연구팀은 현실 데이터와 물리법칙을 결합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시뮬레이션 결과 온난화가 지구의 자전 속도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15일 전했다.

연구팀은 지속적인 온난화의 영향으로 극지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지구 자전이 느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과 100년에 수 밀리초(㎳) 정도지만 하루의 길이는 분명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지구 자전 속도의 불안정으로 하루가 길어지는 요인 중 온난화도 포함된다. <사진=pixabay>

지구는 완전한 구체가 아니기에 자전은 내부 구조나 달의 인력, 기후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변해 왔다. 예컨대 2022년 6월 29일은 하루가 24시간보다 1.59㎳ 짧았다. 연구팀은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구 자전은 느려지고 하루도 점점 길어질 것으로 봤다.  

조사 관계자는 "지구 자전 속도의 변화는 최근 온난화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며 "인류가 지속되는 지구 온난화를 막지 못한다면 21세기 말 지구 자전을 느리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자전이 느려지는 이유는 그린란드와 남극을 비롯한 극지의 얼음이 녹으면서 야기되는 물의 분포 변화다. 녹은 물은 대부분 적도 근처에 고여 지구의 허리가 약간 부풀어 오르게 된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회전하며 팔을 몸으로 끌어당기는 것과 반대 작용이 벌어지며 지구 자전 속도가 떨어진다.

지구 온난화가 환경에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사진=pixabay>

온난화가 지구 자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최근 계속된다. 올해 3월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학교 연구팀은 1990년 이래 극지방 얼음이 녹아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졌고 하루에서 1초를 빼 시간을 재설정하는 마이너스 윤초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TH 취리히의 조사는 당시 연구를 확실히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조사 관계자는 "달의 인력은 극점으로부터 해수를 끌어당겨(조석 마찰) 100년마다 지구 자전 속도가 약 2.3㎳씩 길어지게 하고 있다"며 "온난화가 자전에 미치는 효과는 100년마다 하루를 1.3㎳ 더 길게 만들 정도"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대로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그 효과는 21세기 말 100년마다 2.6㎳까지 강해져 지구 자전을 감속시키는 주된 요인이 될 것"이라며 "지난 몇 세기 동안 하루가 길어진 만큼 머잖아 마이너스 윤초 작업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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