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지능으로 천재견 테스트 상위권을 늘 차지하는 보더 콜리의 후각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양치기 개(목양견)로 활약하는 보더 콜리는 끈기가 있고 주인을 잘 따라 반려견으로도 각광을 받는다.

헝가리 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 동물행동학 연구팀은 7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보더 콜리의 후각이 고도로 훈련된 사냥개를 능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말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먼저 소개됐다. 

보더 콜리는 수많은 견종 중에서 높은 지능으로 유명하다. 개의 품종별 후각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이 진행한 최근 실험에서는 보더 콜리의 후각 기능이 학자들의 상상 이상임이 확인됐다.

천재견 테스트 상위권에 늘 오르는 보더콜리. 후각도 대단히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견종은 물론 훈련 수준, 성격이 후각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중점 조사했다. 가정에서 사는 반려견 524마리 및 폭발물 탐지견 27마리 등 551마리의 개를 모아 테스트에 나섰다.

실험은 간단했다. 별도의 훈련을 실시하지 않고 모든 품종에서 기호성이 뛰어난 간식거리를 찾게 하고 성공 확률이나 속도를 알아봤다. 속이 보이지 않는 용기 4개 준비하고 하나에만 간식을 넣은 뒤 개가 찾아내는지 관찰했다. 

실험의 난도는 3가지로 조정했다. 레벨 1은 뚜껑이 없는 용기를 사용해 개들이 실험에 금세 익숙해지게 했다. 레벨 2는 용기에 작은 구멍이 뚫린 뚜껑을 씌워 냄새를 조금 유출했다. 마지막 레벨 3은 용기에 구멍이 아예 없는 뚜껑을 씌워 냄새 유출을 거의 차단했다.

3단계 난도의 후각 테스트는 실내와 실외에서 진행됐다. <사진=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동물행동학자 아틸라 살라몬 교수는 "모든 실험은 깨끗한 실내와 잔디가 펼쳐진 야외에서 각각 실시했다"며 "개가 용기 구멍에 2초 이상 코를 대고 앞발로 긁거나 그 앞에 엎드리면 찾은 것으로 봤다. 이런 행동을 가장 빠르고 높은 확률로 보인 견종은 보더 콜리"라고 설명했다.

목양견인 보더 콜리는 골든 리트리버, 비즐라(헝가리안 포인터), 바셋 하운드, 블러드 하운드 같은 우수한 사냥개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사냥개들은 사냥감의 냄새를 맡고 인간의 수렵을 돕기 위해 오랜 세월 길들여진 그룹이다. 그럼에도 양을 쫓기 위해 길러진 보더 콜리의 후각을 이기지 못했다. 보더 콜리는 간식을 찾는 속도도 사냥개를 능가했다. 보더 콜리보다 빨리 표적을 찾은 개는 비글뿐이다.

아틸라 교수는 "인간의 코 감각 수용체는 600만 개 정도지만 개는 1억 개 이상"이라며 "사냥개 하면 떠오르는 블러드 하운드는 수용체가 3억 개나 되고 냄새를 관장하는 뇌 영역은 인간보다 40배나 크다"고 설명했다.

헝가리의 국견이자 우수한 사냥개로 널리 알려진 비즐라. 후각 능력에서 보더 콜리에 뒤졌다. <사진=pixabay>

이어 "이번 연구에서 견종에 따라 후각 능력에 차이가 있음이 명확해졌다"며 "개를 사냥개, 목양견 같은 그룹 단위로 묶을 것이 아니라 각 견종이 가진 특유의 능력을 개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는 목축이나 사냥 같은 다양한 목적을 위해 선택적으로 번식돼 왔다. 이번 실험에서는 번식 과정에서 후각 능력이 극적으로 향상되는 것은 아니며, 개의 훈련 수준은 후각 능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도 떠올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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